북의 불가피한 핵사찰 수용(사설)

북의 불가피한 핵사찰 수용(사설)

입력 1991-06-11 00:00
수정 199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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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마침내 국제원자력기구에 핵안전협정 서명의사를 통보했다. 개방과 개혁을 거부하며 세계를 외면하고 있는 북한의 유엔 동시가입 수용에 이은 또 하나의 중요한 긍정적 변화란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이며 환영할 일이다. 우리는 이것이 북한의 핵사찰 수용과 핵무장 욕심의 완전한 포기신호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이번 결정의 동기와 배경은 유엔 동시가입 수용의 연장선상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사회주의의 실패와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그리고 탈냉전과 한국의 북방외교 승리 및 경제난 등으로 북한은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유엔 동시가입 수용과 마찬가지로 이번 결정도 결국은 그러한 제요인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의 반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 유엔 단독가입이 가져올 국제적 고립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유엔 동시가입을 수용했다. 유엔 동시가입은 남북한에 대한 국제 공동승인을 의미하는 것이며 한국 단독가입에 따른 북한의 국제 고립탈피 의사표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 미일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 및 기술·자본 도입의 의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핵사찰의 거부는 북한의 그러한 목표달성을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요인인 것이다.

핵안전협정의 서명과 사찰의 수용없이는 우선 북한의 유엔가입 자체가 위협받을지 모른다. 「유엔헌장 준수의 평화애호국」은 유엔헌장상의 가입자격이다. 핵무장을 고집하는 나라의 가입을 미·일·서구 등이 용납하려 할지는 미지수인 것이다. 유엔 동시가입 수용의 결과로 북한이 기대하는 미 일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도 진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 일은 북한의 핵사찰 수용 없는 관계정상화의 불가능을 선언한 바 있고 미국은 핵재처리시설 자체의 포기도 요구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사찰을 수용하며 재처리시설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진정한 의미에서 그러한 과정의 출발점이기를 우리는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보는 희망적 상황논리의 당연한 귀결일 뿐인지도 모르는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음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당장의 서명도 가능한데 자구수정 등을 조건으로 서명시점을 9월로 미룬 점이라든가 주한미군 핵무기 문제에 대한 명시적 철회가 없는 점 등이 북한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측면이다. 그러면서 10일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의 대북한 핵안전협정체결요구결의안 채택유보를 북한은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14일까지 계속될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를 계기로 북한의 보다 명확하고 긍정적인 의사표시가 있기를 촉구한다. 북한의 핵안전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장 의사의 완전포기 여부인 것이다. 따라서 협정서명은 물론 철저한 사찰의 수용과 재처리시설의 포기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협정 서명국의 지켜야 할 당면한 의무이지 흥정의 대상이나 양보의 결과일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주한미군의 핵문제와 대북한 핵 불사용 보장 등을 북한의 핵무장 포기 전제조건으로 다시 거론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존재여부도 불분명한 주한미군의 핵문제가 북한 핵무장 포기의 조건이 될 수는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고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1991-06-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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