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체한 청년과 몇 마디 하고나서 땅을 친 버스 승객

아는 체한 청년과 몇 마디 하고나서 땅을 친 버스 승객

입력 2010-03-15 00:00
수정 2010-03-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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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또 새로운 도둑 수법이 등장한 것 같아요. 15일 서울 동대문(東大門)고속 「버스」「터미널」에서 일어난 사건이야.

이날 아침 6시 30분쯤 백(白)모씨(41)는 익산(益山)행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지. 출발시간 2분 전쯤 차창 밖에서 28살쯤 된 청년이 웃으면서 창문을 똑똑 두드리더라는 거야.

백씨, 멋모르고 잘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밖으로 나갔었지. 그 젊은이가 『오랜만입니다. 김(金)XX씨를 아세요?』하더라는 거야. 그래 처음 듣는 이름이어서 『모르겠는데요』했더니 『그럼 이(李)XX씨를 아세요? 』『박(朴)XX씨를 아세요? 』하며 주워 섬기더라지 않아.

알 턱이 없는 백씨, 계속 『모릅니다』했더니 『그럼 실례했습니다. 제가 잘못보고 그랬습니다.』하며 가더라는 거야. 백씨는「별 싱거운 친구가 다 있군」맘 속으로 중얼대며 차 안으로 들어왔는데 자기 좌석에 돌아와 보고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어. 가방에 넣어둔 현찰 2백10만원이 감쪽같이 증발해 버린 거야.

백씨는 호남지방 농촌을 상대로 쌀ㆍ콩ㆍ고추 따위를 수집해다가 서울에 도매로 넘겨서 톡톡히 재미보아 오던 사람이지. 이날도 언제나 하던대로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5백원권 1백30만원, 1백원권 80만원을 허름한 가방 속에 쑤셔 넣고 선반위에 아무렇게나 올려 놨다더군. 그게 불과 1분 사이에 날아가 버린거야.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달려와 승객들을 깡그리 조사했으나 돈의 행방은 묘연. 승객들의 말은 「그 시간에 아무도 밖에 나간 일이 없었다」는 거였어.


C=그거 혹시 허위신고는 아닌가?

A=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아침 6시30분부터 그럴 리도 없을듯하고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너무 정확하게 밝혔거든.

[선데이서울 73년 3월 25일호 제6권 12호 통권 제 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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