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 남동생을 낳았다

처녀가 남동생을 낳았다

입력 2005-06-28 00:00
수정 2005-06-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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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들 말씨름 한창

「맹장」인줄로만 알았는데

개복(開腹)수술하니「괴물체」가

10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지성(至誠)의원(원장 백운택(白雲澤))에는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 찾아온 환자 김옥순(金玉順)(가명·20)양이 입원했다. 심한 복통으로 보아 병명이 맹장이라고 진단한 의사 신언교(申彦敎)씨는 김양의 복부를 개복한 결과 맹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대신 장막(腸膜)에 뜻하지 않은 혹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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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기형아
정체불명의 기형아
일단 개복한 자리를 꿰맨 신의사는 문헌과 환자의 병력을 조사한 뒤 이튿날 다시 수술을 시작, 드디어는 김양의 뱃속에서 무게 500g, 직경 20cm나 되는 괴물체(?)를 끄집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신의사는 물체의 막을 조심스럽게 벗기자 그 속에서는 뜻밖에도 50cm나 되는 머리카락과 몸뚱이, 두 개의 눈과 이빨, 3cm의 다리와 2cm의 팔을 각각 가진 기형아가 나왔다.

항문과 고환의 모양까지 뚜렷한 이 기형아는 흡사 괴기영화에 나오는 괴녀나 마녀의 얼굴 모습. 신씨는 처음 이것이 기형종(腫)의 일종인「더모이드·시스트」가 아닌가고 생각했으나 인간의 장기, 기관을 너무나 뚜렷하게 갖추고 있다는 데 착안, 기형아에 틀림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의학계에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처녀가 아들 난 게 아니라

무수정 임신 끝의 기형아


김옥순양의 이 기형아 배태(胚胎)를 김양의「부정(不貞)」에 돌린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신의사의 얘기를 들으면 김양은 틀림없는 처녀이며 따라서 기형아는 무수정 임신된 것이라고.

김양은 작년부터「멘스」가 시작되었는데 만일 이 기형아가 김양의 부정에 의한「불의(不義)의 씨」라면 불과 1년도 못되는 사이에 머리카락이 50cm나 되도록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주치의 신언교씨의 주장이다.

그의 판단으로는 김양의 뱃속에서 나온 이 기형아는 김양의 아이가 아니라 김양의 남동생뻘인 2란성쌍태아(卵性雙胎兒) 중의 하나라고. 김양 어머니가 김양을 배었을 때 그의 뱃속에는 쌍태아(쌍둥이)가 형성되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른 하나에 병합되어 김양은 지금까지 20년 동안 자기의 남자 동생을 자신의 뱃속에서 길러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의사는 이 기형아의 조직이 조금도 부패되어 있지 않으며 또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온 것으로 보아 기형아는 최근까지 살아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한쪽에선「기형종(腫)」주장

삼단 같은 머리카락도


『조물주의 장난치곤 좀 지나치다』는 얘기가 파다한 이「백주(白晝) 기형아사건」은 지금 우리 의학계에 커다란 화제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직접 연구자료로 삼겠다고 나선 서울의대 산부인과 교실 나건영(羅建榮)교수는『신의사의 주장은 너무 비약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자궁외임신의 일종인 복강(腹腔) 내 임신에 의한 기형아가 아니면 기형종의 일종인「더모이드·시스트」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불의의 씨가 복강 내에 임신되어 기형아가 된 것이 아니면 기형종일 것이라는 주장.

「더모이드·시스트」는 수정된 난자가 세 가지의 배엽(胚葉)에서 태아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수정없이 사람의 형체를 형성할 수 있는 태생적인 세포인 세 가지 배엽을 내포하여 자라는 혹 같은 것. 그러니까 김양의 순결을 전제한다면 이것은 지금까지의 것보다 훨씬 많이 분화된「더모이드·시스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교수는 설명한다.

『처녀가 기형아를 분만했다』느니,『남자가 아이를 낳았다』느니 하는 얘기는 가끔 해외「토픽」에 오르내리는 것. 몇 년 전 지방 어느 곳에서는 남자가 아이를 낳았다 하여「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허벅지에서 적출해낸 것은 아이가 아닌「더모이드·시스트」였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김양의 것은 확실히 어딘가 좀 다르다. 첫째가 아마도 20년이나 뱃속에서 자랐을 듯 싶은 삼단같이 치렁치렁한 그 머리카락. 숱이 유난히 많다. 그리곤 보통 사람의 것과 똑 같은 두 개의 이빨. 문외한의 눈에도 그것은 분명한 이빨이다. 태생(胎生)과정의 눈, 코, 항문, 고환 등도 신의사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본인은「끔찍한 일」모르고

건강한 몸으로 집안일 도와


순진하고 착실해 나쁜 짓은 절대로 했을 리가 없다는(부모의 말) 김옥순양은 수술 결과가 좋아 지금은 퇴원해 가사를 돌보고 있다.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물체가 이토록 끔찍한 기형아라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1남 2녀 중의 맏딸인 김양은 초경이 조금 늦은 것 이외에는 별다른 신체적 결함이 없었으며 발육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수술받던 날 아침 소변을 보다 갑자기 복통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적출해낸 기형아를 싼 난막(卵膜)이 오줌을 누려고 아랫배에 힘을 주는 순간 터져버렸기 때문이라고 신언교 의사는 풀이하고 있다.

서울의대서 본격적 연구

「마리아」이래의 기적될지


지성의원 수술실에 보존되어 있는 기형아(종)는 곧 서울의대에 보내져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다. 여러 면에서 의학적인 연구 검토가 가해지겠지만 해결의「키」는 동체 속의 내용물에 달려 있다고-. 동체를 해부한 결과 그 속에서 골격이 발견되기만 하면 이것은「마리아」이래의 성체(聖體)임신(?)이 될 것이라고 의학계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있다.

[ 선데이서울 68년 11/10 제1권 제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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