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압축푸는 데 최대 2초… 위성방송은 4~5초 느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인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이 펼쳐진 23일 새벽. 정모(40·경기 고양시)씨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후반 4분쯤 박주영 선수가 프리킥 기회를 잡은 것이다. 현재 점수는 1대1, 피 말리는 동점 상황에서 박 선수가 공을 차려고 달리는 순간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벌써 ‘와~’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정씨가 ‘어, 어’하면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TV에 눈을 돌리니 그제야 나이지리아의 골망이 출렁였다. 정씨는 이웃의 환호성을 듣고 나서야 박 선수의 역전골을 볼 수 있던 점이 이상스러울 수밖에 없다.월드컵 출전 사상 원정 첫 16강을 결정지은 골든골의 환희를 남들보다 한발 늦게 느낀 것은 비단 정씨뿐만 아니었다. 이날 새벽 중계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 대다수가 ‘시간차 환호’를 경험했을 것이다.
다시말해 디지털TV 시청자들은 공이 발끝을 떠나지 않았는데 환호성을 먼저 들어야 했다.
현재 월드컵 중계를 볼 수 있는 매체는 지상파 방송과 아날로그·디지털 케이블방송, 인터넷TV(IPTV),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 생중계 등이 있다.
방송의 시간차가 발생하는 것은 전송방식과 전파신호의 기술적인 차이 때문. 스포츠 생중계의 경우 전파송출 속도는 지상파 방송이 가장 빠르다. 이어 아날로그 케이블TV→디지털 케이블TV→지상파 DMB→위성 DMB 순으로 빠르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디지털 케이블방송은 1초, 지상파 DMB와 위성 DMB는 각각 2~3초와 5~6초 차이가 난다. 아날로그 방식이 화질은 떨어지지만 속도는 디지털 케이블방송보다 더 나은 셈이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인터넷TV도 디지털 케이블방송과 비슷한 속도로 알려졌다. 위성방송은 현지에서 전파를 위성으로 쏘아올려 가정으로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보다 4~5초 정도 늦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송출 방식이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데 아날로그 방식이 1~2초 더 빠르다.”면서 “디지털 방식으로 방송을 송출할 때 신호를 압축해야 하는데 TV는 압축된 신호를 다시 풀어서 영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 2초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전환 2013년 속도 똑같아
그러나 2013년 1월1일부터는 지상파 방송이 모두 디지털로 전환된다. 속도차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이웃과 똑같은 시간에 골인 장면을 보며 환호성을 지를 수 있다.
구혜영·이두걸기자 koohy@seoul.co.kr
2010-06-2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