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우루과이 울라온도·한국 김정희 부부
“한국이랑 우루과이 모두 이기는 건 안 될까요?” 한국인 부인, 우루과이인 남편. 이 부부는 난감해하며 답변을 계속 피한다. “한국이랑 우루과이 함께 8강 올라가면 좋은데…. 정말 안 되겠죠?”우루과이 울라온도(왼쪽)·한국 김정희 부부
한국 대 우루과이 16강전을 하루 앞둔 25일. 경북 구미에 사는 파블로 울라온도(사진 왼쪽·50)·김정희(오른쪽52)씨 부부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한국과 우루과이 중 누가 이겼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울라온도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한국이니까 어느 팀이라고 못 정하겠다.”면서, 김정희씨는 “한국도 이겼으면 좋겠고 우루과이도 이겼으면 좋겠다.”면서 배시시 웃는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나 16년 전에 결혼한 파블로·김정희씨 부부는 알아주는 축구광이다. 남미 사람들이 그러하듯, 울라온도는 ‘축구’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흥분하며 우루과이 자랑에 바빴다. 울라온도는 “우루과이에는 뛰어난 선수가 워낙 많아 청소년때부터 유럽으로 스카우트돼 갈 정도다.”면서 우루과이에 축구가 들어오게 된 계기, 유니폼 유래 등을 열심히 설명했다. 김정희씨도 열정은 뒤지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에서 오랜 이민생활을 하면서 남미 사람들의 축구 사랑에 흠뻑 빠졌다. “처음에는 축구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젠 가슴이 설레요.”
한국에 온 지 8년. 구미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부부는 한국·우루과이 경기뿐만 아니라 축구강국들의 월드컵 경기를 빼놓지 않고 열혈 시청 중이다. 울라온도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면서 “전체적으로 조직력과 힘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축구 신흥강국 대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부부가 예상하는 점수는 ‘동점’. 우루과이가 워낙 강팀이지만 한국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희씨는 “남편이랑 이야기해봤는데 비겨서 승부차기까지 갈 것 같아요. 누가 이겨도 저희 둘에게는 즐겨운 경기가 되지 않을까요?”라면서 씩 웃는다. 울라온도는 “저녁 때 부인 친구집에 모여 모두 함께 경기를 볼 예정”이라면서 “나 혼자만 우루과이를 응원하는 것 아닐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0-06-26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