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동국 ‘아, 옛날이여’

안정환·이동국 ‘아, 옛날이여’

입력 2010-06-21 00:00
수정 2010-06-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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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에서 시원한 결승골을 터뜨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주역이 되고 싶지만...’‘올드 보이’ 안정환(34.다롄 스더)과 이동국(31.전북)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에 들어 남아공에 왔지만 요즘 가수 이선희의 노래 ‘아,옛날이여’의 한 소절인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그날∼”을 떠올리고픈 심정이다.

 대표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본선 무대 활약을 보여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해서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미국과 조별리그 2차전 동점골과 이탈리아와 16강 연장 골든골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조에 앞장섰다.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토고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7분 역전골을 뽑아 사상 첫 원정 승리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동국은 안정환과 반대로 월드컵 악연 때문에 따라다녔던 ‘비운의 스타’ 꼬리표를 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막내로 참가해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5로 끌려가던 후반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했고 독일 월드컵에선 대회 직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안정환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중국 슈퍼리그에서 건재한 실력을 인정받아 ‘조커’ 특명을 받았고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부활에 성공한 이동국은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허벅지 부상을 당하는 악재에도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아 월드컵호에 승선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합류한 안정환과 이동국 모두 후배들과 주전 경쟁을 뚫지 못해 ‘조연’ 신세에 머물고 있다.적지 않은 나이 탓에 체력이 뒤지는 것은 물론 전성기 때의 날카로움이 무뎌진 탓이다.

 안정환은 기분 좋은 2-0 승리를 엮어냈던 이번 대회 그리스와 1차전 때 대표팀 막내 이승렬(21.FC서울)에게 밀렸다.

 이승렬은 후반 42분 간판 공격수 박주영(25.AS모나코)의 교체 선수로 기용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줄 해결사 특명을 기대하는 안정환은 아르헨티나와 2차전 때도 출격 명령을 받지 못한 채 벤치만 데웠다.

 설상가상으로 체력의 한계와 위협적인 공격력 부족 탓에 한국의 16강 운명을 결정지을 나이지리아와 3차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동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 엔트리 확정 직전까지 이근호(이와타)와 남아공 출전 티켓을 경쟁해야 했을 정도로 위태위태했던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 꿈을 이뤘다.

 그러나 허벅지 부상 여파로 좀처럼 실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 결장했고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선 후반 36분 박주영 대신 교체 투입됐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선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 낙점된 염기훈(27.수원)에게 선발 자리를 내줄 처지다.월드컵 본선에서 통쾌한 득점포를 가동하겠다는 꿈도 싶지 않아 보인다.

 안정환,이동국과 함께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한일 월드컵,독일 월드컵에 이어 통산 네 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백전노장 수문장 이운재(37.수원)도 후배 정성룡(25.성남)에게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내줘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이운재는 눈부신 선방으로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주전 문지기 자리를 잃으면서 이번 대회 1,2차전에 결장했고 나이지리아와 3차전 역시 정성룡에게 골키퍼 장갑을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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