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성적 부진하면 어떤 처벌받느냐?

北에 “성적 부진하면 어떤 처벌받느냐?

입력 2010-06-21 00:00
수정 2010-06-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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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을 취재하는 외국 취재진들의 북한 축구 대표팀에 대한 ‘조롱’이 도를 넘었다.

 북한 축구 대표팀에 대한 취재 때 경기력에 대한 관심보다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선적으로 확대 해석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질문이 대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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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남아공월드컵 포르투갈과의 2차전을 앞둔 북한 안영학을 비롯한 선수들이  20일 오후(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준준결승전에서 3골을 미리 뽑아 4강을 눈앞에 뒀으나 거짓말처럼 내리 5골을 내주면서 역전패했다. 케이프타운=연합뉴스
2010남아공월드컵 포르투갈과의 2차전을 앞둔 북한 안영학을 비롯한 선수들이 20일 오후(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몸을 풀고 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준준결승전에서 3골을 미리 뽑아 4강을 눈앞에 뒀으나 거짓말처럼 내리 5골을 내주면서 역전패했다.
케이프타운=연합뉴스


 이런 경향은 북한 대표팀을 접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인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김정훈 북한 감독의 기자회견에서는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들이 어떤 처벌을 받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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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질문은 ‘월드컵에서 북한이 원하는 성과는 무엇이며 성과를 이뤘을 때 포상과 조별리그 전패를 했을 때 벌은 무엇이냐’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됐다.

 하지만 의도는 뻔했다는 게 중론이다.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선수들이 탄광에서 강제노동해야 한다는 등의 소문에 대한 감독의 견해를 듣고 싶었던 것.

 김 감독은 “(결과가 목표한 바와 달리) 잘못되더라도 다른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설사 우리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앞으로 우리 팀이 도약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브라질과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선발 출전자 명단을 (정치적) 지도자가 결정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북한 대표팀에 배정한 미디어담당관은 통역이 끝나기도 전에 질문을 차단했다.

 최근에는 남아공 현지에서 선수 4명이 잠적했으며 집단 망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낭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FIFA에 전화 한 통만 해도 바로 진위가 확인될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일련의 보도가 악의를 지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FIFA는 북한의 경기력 정보보다 ‘해외 토픽’을 가공할 재료를 찾으려는 취재진의 시도가 잦아지자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질문은 사절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외국 취재진의 선정적인 보도는 북한 대표팀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북한 대표팀은 훈련을 거의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고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는 등 최소한의 소통도 거부했다.

 북한은 지난 18일 FIFA가 공지한 공식 기자회견 계획을 현장에서 갑자기 취소한 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특정 일본 매체만 나중에 몰래 훈련장에 들여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 자체가 보도 거리가 되는 일도 되풀이되고 있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감독은 이날 북한과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미 있게 들리는 말을 남겼다.

 그는 “북한 선수들을 존중한다”며 “세계 최고의 32개 팀이 여기에 와 있고 모두가 능력이 있어 야심 차게 국기를 높이 휘날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북한 축구보다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에 더 관심이 많은 희 일부 취재진과 북한 대표팀의 까닭 모를 ‘신비주의’가 맞물려 최고의 스포츠 축제에서 스포츠의 본질이 소외되는 듯한 장면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케이프타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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