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채기… 20m드리블… 쐐기골
그가 있어 행복하다. 12일 남아공월드컵 B조 그리스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7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터뜨린 쐐기골은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이다.아름다웠다. A매치에서 한국 선수가 올린 득점 가운데 첫손에 꼽을 만큼. 후반 7분 상대 진영에서 루카스 빈트라의 어설픈 볼터치를 파고들어 공을 낚아챘다. 20여m를 내달렸다. 페널티 지역에서 수비수 아브람 파파도풀로스가 태클로 덮쳤지만 못 미쳤다. 찰라의 순간. 박지성은 뒤따라온 빈트라의 태클과 각을 좁혀 나온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조르바스의 틈을 엿봤다. 왼발로 방향을 완전히 꺾어 골대 반대쪽 모서리에 박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 2006년 독일대회 프랑스전 동점골에 이어 3회 연속 본선 득점이다. 아시아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3개 대회 연속 골 맛을 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역시 그는 큰 경기에 강했다. 사실 컨디션이 썩 좋지는 못했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90여분 내내 공간을 만들고, 패스를 찔러 주며 상대를 압박했다. 슈팅 2개(유효 슈팅 2개)를 시도했고 10.8㎞(1만 844m)를 뛰었다. 39차례의 패스를 시도해 24회 성공(성공률 61.5%)했다. FIFA는 그를 ‘맨 오브 더매치’(경기 MVP)에 선정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0-06-14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