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 때 몸이 너무 안 좋았어요.언니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자신의 두 번째 동메달을 차지한 여자 대표팀 막내 박승희(18.광문고)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메달의 기쁨보다는 자신을 응원해준 대표팀 언니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박승희는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ｍ 결승에서 왕멍(중국)과 캐서린 뤼터(미국)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1,500ｍ 결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이후 두 번째 동메달로,여자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믹스트존에 들어선 박승희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언니들한테 너무 미안해요.내가 열심히 해서 메달을 못 딴 언니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았어요”라고 울먹였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 1,000ｍ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2명의 선수만 출전할 수 있었다.이 때문에 지난해 대표선발전 1,2위를 차지한 조해리(고양시청)와 박승희가 나섰고,조해리는 결승진출에 실패하면서 순위결정전(B파이널)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대표팀 막내로서 여자 대표팀의 마지막 금메달 사냥의 부담을 떠안은 박승희는 출발 신호와 동시에 왕멍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쳤고,막판에 왕멍과 뤼터를 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체력이 바닥나며 끝내 추월에 실패했다.

　박승희는 “경기장에서 워밍업을 하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았다.조금만 더 몸이 좋았어도 괜찮았을 텐데”라며 “중국이 금메달을 다 따는 게 너무 싫어서 잘하고 싶었다.좋은 소식 들려주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은 너무 운이 없었다.성시백(용인시청) 오빠도 실력이 좋은데 운이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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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쿠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