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머 “이승훈과 다시 붙고 싶다”

크라머 “이승훈과 다시 붙고 싶다”

입력 2010-02-26 00:00
수정 2010-02-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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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와 화해… 팀추발 출전

코스를 잘못 접어들어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놓친 스벤 크라머(24·네덜란드)가 잘못 지시했던 코치와 나은 내일을 위해 화해하며 흐뭇한 모습을 보였다.

크라머는 25일 훈련장에 나타나 “게라드 켐케스 코치와 함께해 온 지난 몇년간 너무 좋았다. 그만한 일로 누군가와 헤어질 수는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크라머는 24일 열린 1만m 결승에서 이승훈(22·한국체대)보다 4초05 빨리 결승선을 끊고도 아웃코스 타이밍에 인코스를 돌았던 것으로 드러나 실격 처리됐다.

켐케스가 사인을 잘못 보낸 탓이었다. 크라머는 고글을 벗어 던지며 격분했고, 코치와 말다툼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켐케스 코치도 “모든 게 내 책임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크라머는 “나는 그렇게 오래도록 화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에게 ‘같이 가자. 더 많은 승리를 함께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크라머는 또 “다음달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장거리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가운데 열리는 ‘월드 올어라운드’ 선수권에서 이승훈과 다시 대결하고 싶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승훈도 이 대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크 로게(6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날 빙상경기장인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경기에는 승리와 좌절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런 일들이 올림픽의 신비감을 더한다.”고 말했다. 켐케스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때 5000m 동메달을 딴 장거리 전공이었다. 1990년 다리 부상 때문에 은퇴한 뒤 2001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 1만m 역대 최고기록(12분41초69)을 포함해 세계선수권대회를 12회나 제패하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5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크라머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3000m에 이어 지난 21일 밴쿠버에서도 1500m 우승을 차지한 이레인 뷔스트(24)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을 길러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크라머와 켐케스는 토리노 대회부터 5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충격을 딛고 일어선 ‘대인배’ 크라머는 27일 팀 추발경기에 나선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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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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