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새벽 토트넘-맨유 웸블리에서, 그런데 왜 노섬벌랜드란 이름이

내일 새벽 토트넘-맨유 웸블리에서, 그런데 왜 노섬벌랜드란 이름이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1-13 13:35
수정 2019-01-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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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이 대표팀 합류 전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13호 골맛을 볼까?

최근 일곱 경기에서 7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14일 새벽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불러들여 치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출격을 준비한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최근 10경기를 치르며 8승1무1패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맨유 역시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부임 후 5연승을 달리며 기세가 좋다.

그런데 국내 포털 사이트 두 곳 모두 EPL 경기 일정 안내에 노섬벌랜드 디벨롭먼트 프로젝트란 곳에서 이 경기가 열린다고 소개돼 있다. 토트넘이 새로 짓고 있는 홈 구장 명칭인데 완공되면 ‘토트넘 홋스퍼(Hotspur) 스타디움’으로 불리게 된다. 공사가 지연돼 다음달까지 토트넘은 계속 웸블리 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쓰게 된다. 일단 EPL 홈페이지에는 그렇게 소개돼 있다.
새 토트넘 구장 조감도. 노섬벌랜드 디벨롭먼트 프로젝트로 불렸다.
새 토트넘 구장 조감도. 노섬벌랜드 디벨롭먼트 프로젝트로 불렸다.
그런데 왜 건축 중인 구장 이름에 노섬벌랜드란 낯선 이름을 노출시킨 것일까? EPL 구단으로는 유일하게 팀의 별칭으로 쓰는 훗스퍼에 힌트가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 가운데 용감무쌍한 기사로 등장하는 헨리 퍼시 경의 별명에서 따왔다. 훗날 헨리 5세가 되는 핼 왕자를 참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악역으로 쓰이는 인물이 헨리 퍼시였다. 나이도 같고 헨리란 이름을 쓰는 것도 같은 것으로 그려졌다.

홋스퍼는 최고의 기사로 국민의 흠모를 한몸에 받는 반면, 핼 왕자는 폴스타프 같은 파락호와 어울려 주색잡기에 빠져 지내 헨리 4세는 왕자를 꾸짖으며 ‘엄친아’로서 홋스퍼와 계속 비교됐다.

그런 헨리 퍼시가 반란을 일으켰다. 그의 아버지가 스코틀랜드와의 접경 지역 영주인 노섬벌랜드 백작이었는데 부자가 손잡고서였다. 당황한 부왕이 겁에 질려 있을 때 핼 왕자가 전면에 나서 반란을 진압했다. 홋스퍼와 일대일 격투 끝에 그의 목숨을 빼앗는 무공까지 과시했다.

헨리 퍼시는 1364~1403년에 실존한 인물이다. 반란을 일으켜 죽은 것도 맞다. 하지만 헨리 5세보다 스물셋 연상이었다. 헨리 5세와 맞대결을 하지도 않았고 투구를 잠시 벗었다 가 날아온 화살을 맞고 즉사했다.

하지만 헨리 4세를 국왕으로 옹립하는 반란의 선봉장을 맡은 뒤 웨일스의 반란을 진압하고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의 용맹함을 적인 스코틀랜드인들이 먼저 알아봤다.
영국 안위크 성에 있는 14세기 전쟁영웅 헨리 홋스퍼 퍼시 동상. shutterstock 캡처
영국 안위크 성에 있는 14세기 전쟁영웅 헨리 홋스퍼 퍼시 동상.
shutterstock 캡처
런던 북부 토트넘에 노섬벌랜드 가문의 영지가 있었기에 빠르고 용감무쌍하던 홋스퍼를 기려 팀 이름으로 삼았다. 클럽 모토인 라틴어 경구 ‘Audere est Facere(용감하다면 행동으로 증명하라)’는 셰익스피어가 희곡에서 홋스퍼에게 붙여준 것이다. 또 팀 문장을 옛날 축구공 위에 올라선, 박차가 달린 수평아리(cockerel)로 삼은 것도 홋스퍼가 싸움닭을 좋아했는데 자기 소유의 싸움닭 발목에는 특별히 박차(spur)를 채웠다는 설화를 토대로 했다.

한편 손흥민이 이날 시즌 13호 골을 터뜨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중국과의 3차전이 기다리는 아랍에미리트(UAE) 행 여객기에 몸을 실을지 주목된다. 중국과의 경기는 17일 밤 10시 30분 킥오프해 충분히 뛸 수 있지만 맨유전에서 얼마나 체력을 소진하느냐,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중국과의 결전은 물론 16강 토너먼트 이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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