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본선 조 추첨 이벤트…허정무·마라도나 만나 당시 회상
‘태권 축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7년 만에 재회했다.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14일 경기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조 추첨 기념 레전드(풋살) 매치 도중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왼쪽).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도중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에게 거친 태클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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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당황한 것 같았던 마라도나는 곧 밝은 표정을 되찾고 “모든 부상 장면은 다 기억난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라며 “큰 대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기억하고 있다”라고 선뜻 대답했다.
별명이 ‘진돗개’였던 허 부총재는 끈질기고 거친 수비로 마라도나를 막는 데 성공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태권 축구’라며 흥분했다.
두 사람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와 한국 감독으로 격돌했는데 당시에도 이때의 일에 관련한 질문이 쏟아져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날은 만남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일정 때문에 자리를 일찍 떴던 허 부총재는 나중에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마라도나에게 ‘날 기억하느냐’고 물었는데 여전히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더라”며 “7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그때보다 배도 많이 나오고 체형이 변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라도나는 기자회견 도중 “유년 시절 싸구려 축구공을 사서 놀았다. 그렇게 축구와 인연을 이어왔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FIFA가 많이 바뀌고 있다. 그 과정에 U-20 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 파블로 아이마르(38)는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03-15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