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첫 도전하는 KLPGA 여왕
가족과 이별·현지 준비 등 이유로 고민몸 불편한 부친·모친 “뜻 펼쳐라” 응원
“타이틀 욕심 버리고 안정 적응 최우선”
2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진출을 선언한 ‘핫 식스’ 이정은이 지난 9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ADT 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 5번홀 세컨드 샷을 날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이정은은 28일 “고심 끝에 LPGA 투어 진출을 결심했다”고 매니지먼트사 크라우닝을 통해 밝혔다. 그는 LPGA 투어 Q시리즈 수석합격으로 LPGA 투어 2019시즌 전 경기 출전권을 따냈지만 미래에 대한 목표 설정과 미국 진출에 따른 준비,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점을 들어 미국행 여부를 놓고 고민해 왔다.
그러면서도 “내가 편하자고 안 가는 건 아니다”라며 미국 진출에 더 무게를 뒀던 이정은은 지난주 경주에서 열린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LPGA 투어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은 “사실 이전까지는 LPGA 투어에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초 그것을 위해 골프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면서 “내 스스로 목표를 정한 바가 없는데, 갑자기 미국행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고민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사실 이정은의 더 큰 고민은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는 부친 이정호(54)씨와 헤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정은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골프채를 놓은 적도 있었다. 클럽을 다시 잡은 건 레슨이라도 하면 생계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당시는 전세금을 쪼개 공을 치던 시절이었다. 이웃에서 십시일반으로 훈련비용을 도와주기도 했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부친 이정호씨는 딸의 시합이 있는 날이면 휠체어를 끌면서 18개 홀을 함께 돌았다. 몸은 불편하지만 늘 옆에서 침묵으로 응원하는 아버지와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어머니 주은진(48)씨를 두고 멀리 간다는 생각을 이정은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Q시리즈 합격 이후 부친 이씨와 어머니 주씨는 “더 큰 무대로 나아가 뜻을 펴라”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에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미국에서 치를 다음 시즌 계획을 잘 짜 보자”고 이정은을 다독였다. 부모의 설득에 결심을 굳힌 이정은은 이날 공식적으로 미국행 의사를 밝힌 뒤 “미국 무대 첫 시즌에는 안정적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면서 “성적이나 타이틀 욕심을 버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정은의 미국행이 결정되면서 5년 연속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신인왕 탄생도 일찌감치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선수들은 지난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모두 12차례 신인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김세영(25·2015년)을 시작으로, 전인지(24·2016년), 박성현(25·2017년)에 이어 올해 고진영(23) 등 네 명의 한국 선수가 LPGA 신인왕을 독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8-11-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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