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골프단 창단 줄 잇는 이유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위치한 브리티시골프박물관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누가 이 밝은 핑크 모자를 썼을까”라며 따끈따끈한 새 소장품을 소개했다. 모자에 새겨진 ‘Hanwha’와 기업 로고를 본다면 한 번에 알아챌 수 있다. 아하, 올해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우승한 김인경(29)이 썼던 모자라는 것을 말이다. 이곳에는 세계 골프 자료들이 빽빽하게 전시돼 있다. 골프팬들이 성지 순례하듯 찾는 곳이다.김인경의 핑크 모자를 볼 때마다 한화라는 기업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럼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에 따른 홍보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한화 측은 25일 “브랜드 노출 빈도 등을 감안하면 기업 홍보에 대박이었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이 약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보고서에 비춰 보면 적어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홍보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골프의 위상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뭘까.
김효주.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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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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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소장된 김인경 ‘핑크 모자’
브리티시골프박물관이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 소장품으로 소개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인경이 최종 라운드에서 썼던 모자.
브리티시골프박물관 인스타그램 캡처
브리티시골프박물관 인스타그램 캡처
금융, 가구, 의료, 창호, 건설, 주류업종의 50여개 기업이 골프단을 운영하거나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올해 KLPGA 1부 정규투어를 뛰는 선수 152명 가운데 124명(81.6%)이 메인 스폰서를 뒀다. 2015년 69.7%, 지난해 75.9%에서 또 올랐다. 특히 대기업 후원이 감소하는 반면, 중견기업들의 러브콜이 계속돼 눈길을 끈다. VIP 스포츠에 대한 기업 오너의 애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골프단 창단이 러시를 이룬다. 화장품업체인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1월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과 시유팅(20·중국) 등 7명으로 ‘메디힐 골프단’을 꾸렸다. 휠라코리아도 지난 3월 유망주 9명으로 ‘임팩트9’을 창단했고, 동아회원권거래소도 KLPGA 선수 7명을 영입해 첫발을 뗐다. 지난해엔 AB&I, 문영그룹, 골든블루 등 9곳이 골프단을 세웠다.
다만 골프단 창단과 후원이 여자골프에 치우쳐 있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KLPGA와 LPGA가 인기를 끌어 기업 마케팅과 지원이 여자골프에 집중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올해 예정된 KLPGA 투어 대회는 31개로 KPGA(19개)보다 12개 많다. 대회 총상금 규모도 상대적으로 KLPGA가 더 많다. 하지만 미국에선 PGA 대회(52개)가 LPGA(39개)보다 13개 많다. 총상금 규모도 크게는 10배 차이다.
CJ가 오는 10월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국내 최초로 PGA 투어 CJ컵(총상금 925만 달러·약 104억 6175만원)을 개최한다. 총경비가 2000만 달러(약 225억 4000만원)나 되며, 지구촌 225개국에 중계방송된다. 이를 계기로 남자골프 후원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CJ컵 대행사인 스포티즌의 이호걸 부장은 “국내 남자골프 발전을 위해서는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7-08-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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