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 “파퍼트 남겨놓고 잠이 오지 않았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 204위에 불과한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세계 최강 조던 스피스(23·미국)를 꺾고 아시안투어 싱가포르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데는 경기 일정에 따른 운도 작용했다.원래 이 대회는 1월31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 첫날부터 번개 등 악천후로 인해 경기 진행에 차질을 빚은 끝에 1일 오전까지 경기가 연장됐다.
특히 31일 4라운드에서 스피스는 18번 홀에서 약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겼고 반대로 송영한은 16번 홀에서 3.5m 거리 파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만일 이때 경기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어졌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당시 송영한과 스피스의 타수 차이는 2타 차이였다.
스피스가 버디 퍼트를 넣었다면 1타 차로 추격하는 상황이었다.
경기가 계속 진행됐더라면 송영한이 쫓기는 마음에 16번 홀 파 퍼트를 놓치거나 이어진 홀에서 실수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반대로 오히려 경기가 중단됐기 때문에 송영한이 밤새 퍼트에 대한 부담에 짓눌려 1일 오전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이 경기 중단이 최대 승부처이자 우승을 결정짓는 변수가 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1일 속개된 경기에서 스피스의 버디 퍼트와 송영한의 파 퍼트가 모두 성공했고 송영한은 남은 2개 홀을 파로 잘 막아내면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결과론으로 풀이하면 송영한이 경기 중단 이후 마음을 가다듬고 16번 홀부터 잘 마무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송영한은 대회를 마친 뒤 “파 퍼트를 남겨 놓고 숙소에 들어오니 잠이 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스피스 역시 “오늘 아침 일찍 퍼팅 그린에 나와 연습을 했다. 버디 퍼트를 넣어야 연장에 대한 희망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밤사이 심경을 밝혔다.
비슷한 상황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도 일어났다.
1일(한국시간) 4라운드가 끝났어야 했지만 강한 바람과 비, 낙뢰 예보 등이 겹치면서 다음 날로 4라운드 잔여 경기가 미뤄진 것이다.
지미 워커(미국)가 7언더파로 단독 선두, 최경주(46·SK텔레콤)와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는 6언더파로 공동 2위다.
변수는 워커와 최경주가 8개 홀을 남겼고 스네데커는 4라운드를 모두 마쳤다는 점이다.
스네데커는 이날 선수들의 평균 타수가 78타를 넘는 악조건 속에서도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이날 전체 선수 평균보다 9타나 덜 친 셈이다.
스네데커는 2012년 이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에 7타를 뒤졌다가 역전 우승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최경주, 스콧 브라운(미국)과 6타 차이가 났다.
일단 지금 상황으로는 최경주에게 유리한 경기 중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고 시속 60㎞까지 불던 바람이 다소 약해질 것으로 예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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