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네덜란드의 돌풍이 거세다. 11일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D조 패자부활전에서 ‘살인타선’ 도미니카공화국을 연장 11회 끝에 2-1로 꺾고 2라운드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라운드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묶이는 B조에선 쿠바가 호주에 5-4, 진땀승을 거두고 1·2위 결정전에 올랐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 ‘토털사커’라는 독자 브랜드를 퍼뜨린 축구선진국. 하지만 야구에선 변방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네덜란드가 지난 8일 3-2로 도미니카를 꺾은 데 이어 또 한번 이변을 연출했다. 1회 대회 4강의 아쉬움을 털려던 우승후보 도미니카는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1승6패로 중국과 함께 공동 꼴찌에 머물렀다. 무엇이 달라졌나.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을 고스란히 입증한 마운드에 있다. 도미니카와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28이닝 동안 단 6점(5자책)을 내줬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퀴라소(네덜란드령 안틸레스) 출신 마이너리거 7명을 대거 발탁한 것도 한몫을 했다. 빅리그 진출을 꿈꾸는 이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도미니카의 ‘귀한 분’들과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던 셈.
2연승을 거둔 쿠바도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패한 호주는 1차전 상대였던 멕시코와 12일 리턴매치를 벌인다. 1차전에선 호주가 17-7, 8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었다. 한국은 B조 2위와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맞붙는다.
이날 쿠바 선발은 좌완 알베르틴 채프먼. 196㎝의 키에서 뿌리는 100마일(160㎞)의 강속구가 무시무시하다. 4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3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C조 패자부활전에선 베네수엘라가 이탈리아를 10-1로 꺾고 2라운드에 올랐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9-03-12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