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팀 4개국 6명 유도 혼성단체 출전
“우리가 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31일 도쿄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경기 후 난민팀과 마리우스 비저(왼쪽 세 번째) 국제유도연맹 총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제유도연맹 제공
국제유도연맹 제공
이란 출신 난민팀 유도 선수인 자바드 마줍은 경기 후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우리는 생각도 말도 다르지만 어떤 올림픽 챔피언이 와도 이 팀에는 당해낼 수 없다. 모두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이란 북부 산악 지대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줍은 16세에 이란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란유도연맹으로부터 출전 사퇴 압박을 받았다. 같은 체급에서 이스라엘 선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란이었기 때문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출전을 포기했다.
천신만고 끝에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19년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캐나다에 머물 당시 이란유도연맹으로부터 또 연락을 받았다. 이스라엘 선수가 나올 테니 출전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캐나다에서 난민을 신청하게 됐다.
마줍을 비롯한 난민팀은 지난 7월 사전 훈련 연습장이 있던 카타르 도하에서 처음으로 전원이 모였다. 난민팀의 출신 국가는 이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등 4개국으로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내전으로 시리아를 떠난 선수, 가족들이 살해된 콩고 출신 선수, 여성 억압과 싸웠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선수 등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고향’을 잃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팀보다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시합 후 졌지만 실망하는 표정없이 “함께 싸워 자랑스럽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콩고 출신으로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인 포폴 미셍가는 아사히신문에 “난민이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하면 옛날에는 무시당했다”며 “우리가 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며 3년 후 파리올림픽에 또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1-08-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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