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 서울삼성학교 여고부 컬링팀의 응원 메시지
“언니들처럼 올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예요.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어요!”권예지(앞줄 왼쪽부터), 김지수, 정은실양이 6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고봉현(뒷줄) 감독의 지시에 따라 ‘스톤’을 빗질(스위핑)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두 팀 중 빙판 위 표적판에 19.96㎏짜리 스톤을 누가 더 가까이 보내느냐를 겨루는 컬링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년 남짓 됐다. 일천한 역사 속에서도 청각장애인으로만 이뤄진 삼성학교 컬링팀의 존재는 특별하다. 지수는 주장 격인 ‘스킵’을, 유림이는 가장 먼저 스톤을 던지는 ‘리드’를 예지와 은실이는 각각 ‘세컨’과 ‘서드’를 맡고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컬링은 생경한 종목이었다.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했을 때는 9전 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2012년 캐나다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달성했고 이번에는 올림픽 무대에 첫선을 보이며 또 한번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2012년 창단한 후 불과 2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동계체전 서울시 선발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달 말 전국 동계체전에 서울시 여고부 대표팀으로 출전하게 된 만큼 각오가 남달랐다.
학생들이 처음 컬링을 접한 것은 2011년이다. 체육 교사인 고봉현(48) 감독이 컬링을 소개하자 학생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국가대표 출신 백종철(39) 코치까지 가세하며 본격적인 훈련이 가능해졌다. 순조롭지는 않았다.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리는 컬링은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실시간 작전을 공유해야 하지만 수화에는 컬링 용어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고 감독과 백 코치는 일일이 새로운 수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아웃턴’(컬링에서 손을 안쪽으로 돌려서 하는 투구)을 지시할 때는 야구에서 심판이 하는 ‘아웃’ 동작으로, ‘인턴’일 때는 ‘세이프’ 동작으로 표시했다. 백 코치는 수화 통역사 시험까지 준비하며 수화를 익혔다. 처음에는 다른 팀들의 ‘먹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무수한 반복 훈련과 열정으로 지난해 12월 우승했고 그때부터 아이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내성적이었던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변했고 성적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고 감독은 “스포츠의 힘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컬링과 올림픽은 희망이다. 소치 올림픽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2-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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