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어도… 돈 없어도… 꿈꿉니다, 쿨러닝을

눈 없어도… 돈 없어도… 꿈꿉니다, 쿨러닝을

입력 2014-02-05 00:00
수정 2014-02-05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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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열대기후 국가 통가사상 최초로 동계올림픽 참가… 아프리카에서도 다수 출전

올림픽기는 흰색 바탕에 파랑·검정·빨강·노랑·초록의 5개 원이 ‘W’ 모양으로 얽혀 있다. 흰색은 국경 초월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오륜은 5대륙을 상징한다. 지구촌 모든 사람이 한데 모여 축제를 즐기자는 뜻이다.

동계올림픽은 기후적인 제약이 많아 참가국이 하계 대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눈과 얼음을 볼 수 없는 나라라고 해서 올림픽으로 향하는 문이 꼭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오는 8일 개막하는 소치동계올림픽에는 역대 최대인 88개국 600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해 4년 전 밴쿠버대회 82개국 5558명을 뛰어넘었다. 초원 위에서 바퀴를 단 썰매를 끌었던 선수, 사막의 모래가 눈인 양 스키를 신고 달렸던 선수들도 당당히 출전권을 확보해 꿈의 무대에 선다.

호주 동쪽 남태평양에 위치한 통가는 인구 12만명의 작은 섬나라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25도인 열대기후로 눈을 구경할 수 없다. 그러나 올해로 스물일곱인 푸아헤아 세미라는 루지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나간다.

원래 럭비 선수였던 그는 2008년 독일인이 통가에서 주최한 선수 선발대회를 통해 썰매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지난달 월드컵에서 42명 중 28위에 올라 자력으로 올림픽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세미는 후원사인 독일 속옷업체 ‘브루노 바나니’와 똑같이 자신의 이름을 개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썰매에 대한 열망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짐바브웨도 알파인 스키의 루크 스테인(21)을 소치에 보낸다. 짐바브웨는 1960년 이후 눈이 내린 기록이 없는 나라다. 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스위스로 이주한 스테인은 이곳에서 스키를 접했고 선수의 꿈을 키웠다. “내 몸에는 짐바브웨인의 피가 흐른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는 짐바브웨 동계스포츠협회와 올림픽위원회의 든든한 후원을 받고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개리(47), 안젤리카 디 실베스트리(49) 부부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출전하며, 인도네시아 동쪽의 섬나라 동티모르에서도 프랑스인 아버지와 현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요한 콘칼베스 구트(20)가 알파인 스키 출전권을 따냈다. 서아프리카의 토고도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서 각각 한 명씩 선수를 배출했다.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은 전 세계 팬들이 출전 경비를 모은 덕에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다.

그러나 이번 대회 출전권 확보에 실패한 북한은 지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대회 이후 12년 만에 동계올림픽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됐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14-02-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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