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벼락 슈팅’ 축구종가 무너뜨렸다

지동원 ‘벼락 슈팅’ 축구종가 무너뜨렸다

입력 2012-08-06 00:00
수정 2012-08-0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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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비밀병기’ 승부수 적중

한국축구의 올림픽 4강은 전혀 예상치 못한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 지동원(21·선덜랜드) 카드가 적중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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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왼쪽부터), 백성동, 황석호, 지동원, 구자철, 남태희, 박주영 등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5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확정짓자 그라운드를 내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래 첫 본선 4강 진출의 위업을 이룬 대표팀은 오는 8일 새벽 3시 45분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카디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종우(왼쪽부터), 백성동, 황석호, 지동원, 구자철, 남태희, 박주영 등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5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확정짓자 그라운드를 내달리며 환호하고 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래 첫 본선 4강 진출의 위업을 이룬 대표팀은 오는 8일 새벽 3시 45분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카디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 킥오프 5분 만에 수비수 김창수(부산)가 팔뼈를, 후반 9분에는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이 프리킥을 막는 과정에서 어깨를 다치는 악재를 만났다. 이 탓에 한국은 교체 카드를 일찌감치 써버렸고, 대다수 선수는 전·후반에 이어 연장까지 120분을 쉬지 않고 뛰어야 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승부차기에선 집중력까지 더해 슛 5개를 모두 상대 골문에 꽂아넣었다.

지동원(위)이 5일 영국과의 8강전 전반 29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주먹을 날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카디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동원(위)이 5일 영국과의 8강전 전반 29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주먹을 날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카디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인 건 영국을 겨냥해 선택한 ‘지동원 카드’의 성공이었다. 홍 감독은 이날 왼쪽 측면 날개로 그동안 주전으로 나섰던 김보경(카디프 시티) 대신 지동원(선덜랜드) 카드를 내밀었다.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며 체력이 고갈된 김보경 대신 ‘백업’을 활용하는, 일종의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영국 선수들의 경기 방식에 익숙한 데다 186㎝의 키를 이용한 공중볼 다툼 능력도 낙점의 이유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2-3-1 포메이션에서 김보경의 왼쪽 날개를 꿰찬 지동원은 원톱 박주영(아스널)과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영국 수비진의 혼을 뺐다. 전반 14분 아크 중앙에서 날린 날카로운 왼발 터닝슛으로 첫 번째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전반 29분. 기성용(셀틱)이 ‘툭’ 하고 밀어준 패스를 받아 벌칙지역 왼쪽 바깥에서 강력한 왼발 대각선 슈팅을 날렸다. 영국의 차세대 수문장인 잭 버트런드가 몸을 날리며 손을 허우적거렸지만 이미 공은 스쳐 지나가 오른쪽 그물에 꽂힌 뒤였다.

선제골뿐 아니라 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날아오는 공간 패스를 뜰채로 물고기 건지듯 머리로 잡아내 동료에게 연결하는 ‘배달부’ 역할까지 해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지동원은 수비에도 힘을 보탰다. 영국이 전반 내내 제대로 된 패스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지동원이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으로 수비 라인에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는 “지동원이 놀라운 골로 영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했다. 이어 “선덜랜드의 간판 스타가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며 “영국을 꺾는 데 크게 일조한 지동원은 올림픽 메달에도 한발 다가갔다.”고 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2-08-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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