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리스트 딸, 父 유골 트랙에 뿌려
한 호주 여성이 60여년 전 올림픽 메달을 딴 아버지의 유골을 추억의 경기장에 뿌리고 온 사연을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10일 AFP통신에 따르면 로빈 글린(여·호주)은 아버지 조지 에이버리를 화장하고 남은 재를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 가져갔다.
아버지의 유골을 몰래 경기장으로 반입한 것은 그가 1948년 런던올림픽 당시 바로 이 곳에서 세단뛰기 은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조국에서 열린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지켜보며 에이버리를 영광의 장소로 다시 모셔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글린은 호주 A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에 아버지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며 “아버지는 런던에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불행히도 몇 년 전 세상을 뜨는 바람에 직접 오실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린은 포기하지 않고 자매, 남편, 자녀 등 온 가족과 함께 세단뛰기 결승 일정에 맞춰 2012 런던올림픽 입장권을 예매한 뒤 2006년 숨진 아버지의 유골을 갖고 입장하는 데 성공했다.
글린은 “사실 우리는 아버지를 몰래 모시고 들어갔을 뿐 아니라 트랙 가까이 내려가 아버지를 화장하고 남은 재를 바람에 날리기까지 했다”라고 전했다.
재는 정확하게 세단뛰기 도움닫기 트랙에 흩뿌려졌다고 글린은 밝혔다.
그는 “재를 뿌리고 나서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는 그가 준우승을 차지한 바로 그 경기장에 있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글린 가족은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준데 데 이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의 남자 200m 2연패도 직접 관전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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