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뛴 주전들, 영국전서 더 뛰어야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개최국 영국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을 통해 사상 첫 메달 사냥의 교두보 마련에 나선다.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3시30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영국을 상대로 런던올림픽 8강전을 펼친다.
한국은 조별리그 B조에서 멕시코(0-0무), 스위스(2-1승), 가봉(0-0무)과 차례로 경기를 펼쳐 3경기 연속 무패(1승2무·2골1실) 행진으로 8강행을 확정했다.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득점이 없지만 한국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봉쇄하며 3경기를 1실점으로 막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8강 상대인 영국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젊은 유망주를 바탕으로 경험이 풍부한 ‘캡틴’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중원을 지휘하며 2승1무로 A조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은 빠른 좌우 측면 공격을 바탕으로 3경기 동안 5골(2실점)을 쏟아내는 화끈한 공격력을 펼쳐 첫 메달 도전에 나선 한국으로선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 관리가 승부의 관건이 됐다.
◇태극전사 ‘체력 회복이 숙제’ = 지난 2일 가봉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 태극전사들은 경기가 끝난 뒤 이구동성으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대표팀 관계자가 “선수들의 배터리가 방전됐다”고 말할 정도로 선수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3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베스트 11의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 3차전에서 백성동이 남태희 대신 나온게 유일한 변화였다.
일부 공격수만 빼면 중앙 미드필더와 포백, 골키퍼 등 7명은 3경기 모두 풀타임 가까이 소화하는 체력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홍명보 감독으로선 영국과의 8강전까지 이틀 동안 주어진 기간에 고갈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특히 영국은 양쪽 날개인 크레이그 벨러미(리버풀)와 애런 램지(아스널)의 좌우 측면 돌파와 개인 돌파가 좋은 원톱 스트라이커인 대니얼 스터리지(첼시)의 삼각 편대를 중심으로 공격을 펼친다.
조별리그에서 2골을 몰아친 스터리지를 막으려면 한국 수비진은 페널티지역에서 서로 간격을 좁혀 슈팅 공간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이러면 좌우 측면 공간이 넓어져 중앙 미드필더들이 한 발짝 더 뛰며 백업에 나서야 하고 좌우 측면 날개 역시 수비 가담이 잦아지게 된다.
결국 영국 공격진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주어진 이틀의 휴식시간에 체력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박주영-김보경-남태희 ‘삼각편대 가동’ =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박주영(아스널)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이 골 맛을 봤다.
홍 감독은 올림픽에 앞선 평가전부터 박주영을 원톱으로 좌우 날개에 김보경과 남태희(레퀴야)를 배치하고 처진 스트라이커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배치하는 4-2-3-1 전술을 펼쳤다.
중원에서는 기성용(셀틱)-박종우(부산) 콤비가 공수의 조율을 맡고, 윤석영(포백)-김영권(광저우 헝다)-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김창수(부산)의 포백 조합과 골키퍼 정성룡(수원)이 1실점으로 막았다.
주전멤버를 거의 바꾸지 않고 공격진에 지동원(선덜랜드)과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을 조커로 투입하면서 팀 조직력 유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
홍 감독은 가봉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선수 교체 시간을 서둘렀다.
피로가 쌓인 미드필더 박종우를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했고 김보경은 후반 16분 만에 바꿔주면서 체력 안배에 신경을 썼다.
◇영국의 아킬레스 ‘모래알 조직력’ = 영국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로 구성된 단일팀을 준비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비협조로 사실상 잉글랜드와 웨일스로만 꾸려진 ‘반쪽 단일팀’이 됐다. 더불어 함께 모여 훈련할 시간이 부족해 사실상 ‘모래알 조직력’에 가깝다는 평가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사실상 팀의 단합력과 정체성이 모호한 상황”이라며 “공격진은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 골을 만들지만 조직력이 필수인 포백은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4-4-2 전술과 4-2-3-1 전술을 병행하는 영국은 최전방에 스터리지를 원톱으로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은 긱스가 전반적인 공격을 조율한다.
영국은 긱스의 볼배급을 기본으로 좌우 날개인 벨러미와 램지의 빠른 돌파에 이은 스터리지의 득점이 기본적인 공격 전술이다.
반면 영국은 조별리그 1차전인 세네갈전에서 포백이 흔들리며 1-1로 무승부를 기록, 2차전부터 포백 라인을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다.
한국으로선 영국의 포백을 계속 흔들기 위한 공격 전술이 절실하다. 결국 공격과 수비에서 영국 선수들보다 한 발짝 더 뛰면서 골 기회를 만들어야 4강 진출의 길이 보일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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