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최경량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1위 신종훈 “7년 사귄 여친과 당당히 부모님 허락받을 것”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24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브루넬대학 한켠에 자리 잡은 복싱장에서는 1970년대 펑크 음악이 흘렀다. 리듬을 타며 경쾌한 스텝을 밟는 신종훈(23·인천시청)의 표정은 음악만큼이나 가벼웠다. 이승배 감독을 스파링 파트너 삼아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파이팅!”이라고 내지르는 특유의 기합 소리도 여전했다.복싱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랭킹 1위인 신종훈이 24일 런던 브루넬대학 훈련 캠프에서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이고 있다. 그의 가방에 매달린 글러브 모양 액세서리에 ‘혜인아 사랑해’ ‘런던 즐겨볼까?’란 문구가 적혀 있다(작은사진).
런던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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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웃음이 많아졌다고요? 줄어든 건데?”라며 신종훈은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관심을 많이 받으니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된다.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신종훈은 인생 최대의 승부를 앞둔 부담감을 털어놨다.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도 가 보지 못하고 8강전에서 고꾸라졌던 아픈 경험은 독보다 약이 됐다. “지고 내려오면 아무도 널 쳐다보지 않는다. 지금 관심을 받는다고 마냥 들뜨면 안 된다.”는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의 당부에 “예, 알고 있습니다. 광저우 때 겪어 봤어요. 그때는 울었지만 이번엔 웃으면서 내려오겠습니다.”라고 한다.
인생에선 가드를 단단히 올리고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몇 번의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다. 신종훈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복싱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는 그가 오랜 시간 품어 온 꿈이었다. 방황하던 10대, 폭주하는 기관차 같던 그를 잡아 준 것은 복싱이었다. 구미 신평중 2학년 때 복싱을 접한 뒤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경북체고 3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첫 국제대회였던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맞으면 덤비는 심성이 문제였다. 광저우에서의 실패를 통해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표 말고도 런던올림픽에선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다. 7년간 사귀어 온 여자친구인 김혜인(23·고성군청)씨에게 당당히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는 남자로서의 목표다. “고1 겨울에 학교에서 사격을 하는 혜인이를 만난 뒤 한 번도 설레지 않은 적이 없었다. 부모님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결혼을 허락해 주신다고 했다.”며 수줍게 프러포즈 계획을 밝혔다. “혜인아, 사랑해. 나 지켜봐 줘.”라며 왼손으로 하트 반 개를 그린다. “나머지 반 개는 혜인이가 채워 줄 거예요.”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7-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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