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차기는 조국의 등불 그녀의 방아쇠는 아랍 여성의 희망
올림픽 메달은 가문의 영광을 넘어 조국의 영광이기도 하다. 특히 탈레반 정권 축출 후 쑥대밭이 된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메달리스트 로훌라 니크파이(25·태권도 58㎏급)와 이슬람국가인 카타르 사상 첫 여성 기수로 선정된 사격선수 바히야 알 하마드(19)에게는 14일 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 개막이 동포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좋은 기회다.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후안 안토니오 라모스(스페인)를 누르고 동메달을 땄던 니크파이는 12일 AFP통신 인터뷰에서 “런던에서 다시 한 번 메달을 따 전쟁의 상흔으로 신음하는 조국에 평화를 안기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4년 전 그가 딴 메달은 아프가니스탄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72년 만에 얻어낸 첫 메달이었다. 동메달을 따기 전까지 최고의 성적은 1964년 도쿄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의 무함마드 이브라히미가 기록한 5위였다.
어릴 때부터 리샤오룽 영화에 심취한 니크파이는 10살 때 형을 따라 태권도장에 가면서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인 사범 민신학씨는 전쟁과 테러 위협, 선수 부족 등 악조건을 극복하고 니크파이를 메달리스트로 키워냈다. 그는 “아프간 역사상 누구도 메달을 따지 못했기에 정말 행복했다.”면서 “30여년간 전쟁으로 신음했던 조국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는 메달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올림픽에 처음으로 여자 선수를 출전시키는 카타르는 개막식 기수로도 여성을 내세웠다. 카타르 선수 13명을 대표해 개막식에서 국기를 들고 입장하게 된 알 하마드는 지난해 아랍게임 소총 부문 2관왕을 차지하고 지난 3월 아랍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는 와일드카드를 받아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다. 알 하마드는 “기수로 선발돼 기쁘고 떨린다. 모든 카타르 여성이 이룬 역사적인 일”이라며 “큰 영광을 안은 만큼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말고도 누르 알 말키(육상), 나다 아크라지(수영), 아야 마지디(탁구) 등 여자선수 4명이 출전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2-07-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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