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도하 아시안게임] 女 핸드볼 5연패 구기종목 첫 金…男대표팀 한풀이

[2006 도하 아시안게임] 女 핸드볼 5연패 구기종목 첫 金…男대표팀 한풀이

임일영 기자
입력 2006-12-15 00:00
수정 2006-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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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 임일영특파원| 3년차 주부의 몸으로 하루 7시간 훈련을 견뎌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고교 시절부터 시작된 빈혈 증세가 결혼 이후 더 심해져 약물치료를 받느라 그 흔한 보약도 입에 대지 못했다.

14일(한국시간) 도하의 알 가라파 인도어홀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을 29-22로 꺾는 데 앞장선 라이트윙 우선희(28·삼척시청)는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듯 유난히 지쳐 보였다.

2002년 부산대회 때만 해도 그는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젊은피’였다.2년 뒤 우선희는 세계선수권 올스타로 선정된 데 이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와 맞먹는 은메달의 감동을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어느새 대표팀 네번째 고참이 된 우선희는 이날 결승전에서 막내동생뻘 후배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체력과 스피드를 과시했다. 월드클래스 윙플레이어답게 카자흐스탄 장신 숲을 손쉽게 뚫는가 하면 총알 속공으로 문필희(24·효명종합건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6골을 네트에 꽂아 당당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덕분에 한국 여자 핸드볼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이후 대회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선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30골(전체 4위)을 터뜨리며 공격을 주도, 성공률이 무려 81%에 달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우선희의 왼쪽 팔목에는 카자흐스탄 수비수로부터 받은 강력한 견제 탓에 영광의 상처가 있었다. 왼쪽 팔목 살점이 살짝 떨어져나간 듯 핏자국이 선명했던 것.

우선희는 “(허)영숙 언니,(허)순영 언니와 묶어서 유부녀 3총사라고 말씀하시는데 전 아줌마 소리 듣기 싫어요.”라고 살짝 눈을 흘기더니 “솔직히 체력이 부치지만 나이 티 안 내려고 열심히 먹고 운동해요.”라며 웃었다. 잘 먹는다지만 우선희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

세계 최고의 윙플레이어인 만큼 우선희는 유럽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게 사실. 하지만 그는 “소속팀이 창단된 지 얼마 안돼 지금은 움직이기 힘들어요. 팀을 우승시키고 안정된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볼게요.”라고 털어놓았다.

얼굴은 동안이지만 우선희는 아테네 올림픽 직후에 결혼한 미시 스타.“신랑이 다섯살 많아서 아기를 빨리 갖기를 원했는데 이젠 좀 지쳤나 봐요. 일단 베이징 올림픽 뒤로 미뤘고 더 연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라며 방긋 웃었다.

구기종목 첫 금메달을 일궈낸 강태구(부산시설관리공단) 감독은 “결혼하면서 빈혈이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정신력으로 잘 버텨줬다.”며 “가정도 제쳐두고 제자뻘 후배들과 뒹굴며 몸을 아끼지 않은 아줌마들의 투혼 덕에 우승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지만 베이징 올림픽까지 뛰어주기를 바란다.”고 욕심을 잔뜩 부렸다.

argus@seoul.co.kr
2006-12-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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