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로, 케냐로…19년 외톨이, 검은띠 질끈 매고 역경과 겨루기

우간다로, 케냐로…19년 외톨이, 검은띠 질끈 매고 역경과 겨루기

오세진 기자
입력 2022-04-26 22:00
수정 2022-04-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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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품새선수권 참가한 가스토

콩고민주共 내전에 가족 잃고
케냐서 태권도 배워 대회 참가
“난민팀으로 파리올림픽 나갈래”

케냐에 거주하는 난민 가스토 은사주무키자가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태권도 동작을 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케냐에 거주하는 난민 가스토 은사주무키자가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열린 지난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태권도 동작을 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출신국을 떠나 타국에서 난민으로 지낸 지 올해로 19년째. 가스토 은사주무키자(사진·30)의 삶은 안전과 거리가 멀다. 열한 살 때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그는 신변에 위협을 받고 국경을 넘어 인접국인 부룬디, 르완다, 우간다를 거쳐 2011년쯤 케냐에 정착했다. 하지만 케냐에서도 혼자였다. 그런 가스토에게 태권도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선사했다.

태권도 선수가 된 가스토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21~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가스토는 출국 전날인 26일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응원해 줘서 감사했다”면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난민캠프인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태권도를 처음 접한 가스토는 2018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9년 보츠와나공화국과 르완다에서 열린 태권도 겨루기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했다.

가스토는 “여러 사람과 같은 도복을 입고 같은 동작을 배우면서 ‘내가 이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꼈다”면서 “안전한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태권도 덕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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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공인 품새 시연을 마친 가스토 은사주무키자(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와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공인 품새 시연을 마친 가스토 은사주무키자(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와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하지만 가스토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평소 케냐 나이로비 시설에서 겨루기 훈련을 하던 가스토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부터 1년 동안 해당 시설에서 훈련할 수 없었다. 또 유럽 등 아프리카 외 다른 대륙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 출전 경험이 없어 지난해 도쿄올림픽 난민팀 선수로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가스토는 올림픽 진출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난민팀 일원으로 선발돼 태권도 경기에 나가고 싶다”면서 “지금부터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유일한 난민 선수로 참여한 가스토는 대회 둘째 날 공인품새 중 태극 6장을 시연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국 대표팀을 포함해 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가스토는 “겨루기를 좋아하지만 다양한 발차기와 주먹 지르기 동작을 연마할 수 있다는 것이 품새의 장점”이라고 했다.

가스토는 한국 대표팀의 수준 높은 경기력이 동기 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한 번도 종합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가스토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저렇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면서 “제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응원해 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2022-04-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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