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희생양, 오직 실력으로 세계 정상에 서다

평창올림픽 희생양, 오직 실력으로 세계 정상에 서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3-09 22:34
수정 2020-03-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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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월드컵 매스스타트 첫 金

평창올림픽서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
특정 선수 성적 위해 ‘바람막이’ 역할
한국 초대 금메달 땄지만 불공정 논란
정재원, 2년 만에 실력으로 설움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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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금메달 목에 걸고…
생애 첫 금메달 목에 걸고… 정재원이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9~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막판 대역전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SNS 캡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바람막이’ 역할로 이승훈(32)의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도운 뒤 ‘성적 지상주의의 희생양’으로 지목됐던 정재원(19·서울시청)이 2년 만에 보란듯이 최고 실력자로 거듭나며 ‘정의’를 구현했다.

정재원은 9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9~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극적인 막판 스퍼트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7분47초060의 기록으로 구간별 순위에 따른 스프린트포인트 60점을 얻어 우승했다.

400m 트랙 16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정재원은 초반 중위권을 유지하며 체력을 아끼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3위까지 치고 올라간 데 이어 앞서 가다 체력이 떨어진 네덜란드의 장거리 ‘간판’ 요릿 베르흐스마를 제친 뒤 조이 만티아(미국), 바트 스윙스(벨기에) 등과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인 끝에 스윙스(7분47초120)를 0.06초 차이로 눌렀다. 매스스타트에 발을 들인 뒤 국제대회 첫 우승이다.

평창대회에서 만 17세의 나이에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합작해 국내 빙속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운 정재원은 매스스타트에서 대표팀 전략에 따라 이승훈의 ‘페이스 메이커’로 나선 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특정 선수의 성적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았다는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페이스 메이커는 우승 가능성이 높은 동료의 레이스 악조건을 대신 몸으로 때우는 역할이다. 맞바람과 공기저항을 앞에서 몸으로 막아 주면서 뒤따르는 동료의 페이스를 유지시켜 막판 스퍼트를 가능케 해 준다. ‘환상적인 팀워크’라는 말로 이승훈의 금메달은 포장됐지만, 그 안에는 1인자의 그늘 속에 숨어 있어야만 하는 정재원의 서러움이 자리했다. 대회가 끝난 뒤 일부 선수 부모들은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을 책임자로 지목하면서 특정 선수를 위한 대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작전과 이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배제하는 빙상계의 관행을 폭로했다.

정재원은 ‘피해자’였지만 그후 국제대회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사이 국내 장거리 1인자 자리는 엄천호(스포츠토토)가 꿰찼다. 올 시즌에도 월드컵 1차 대회와 4대륙 선수권에서 각각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정재원은 올 시즌 마지막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바람막이’의 설움을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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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3-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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