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퍼드 브리지 바로 옆에 50년 넘게 살아온 크로스웨이츠 가족 때문이다. 이 집은 현관에서 공을 차면 그라운드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니콜라스, 루신다 부모와 루이스, 로즈 네 가족은 지난해 5월 6만명이 들어가는 새 홈 구장 건물이 올라가면 부분적으로 일조권이 침해된다며 공사 중지 명령을 신청했다.
첼시의 홈 구장 신축 계획은 1년 전 시의 허가를 받았고 런던시장도 재가한 상황이다. 하지만 첼시는 시의회가 개입해 공사 중지 명령을 뒤집어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이들 가족 때문에 또다시 건립이 중단될 여지가 없도록 단도리를 해달라는 주문도 함께 했다. 이에 따라 해머스미스와 풀럼 중재위가 오는 15일 모임을 갖고 다음에 뭘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시의회는 첼시를 제대로 돕지 못해 “건립 계획이 제안된 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들었다.
크로스웨이츠 가족은 런던 서부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싼 이 지역에 커다란 저택을 갖고 있다. 침실 3개가 딸린 같은 거리의 비슷한 주택은 지난해 1800만파운드(약 260억원)에 팔렸다. 첼시 구단은 법률 조언 비용으로 5만파운드와 함께 수십만 파운드를 보상하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았는데 이들 가족은 어림없다는 입장이다.
딸 로즈는 시에 최근 제출한 서한을 통해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시작된 철길의 다른 쪽을 향해 스타디움이 지어지더라도 “일조권이 심각하게 영향받게 된다”며 “동쪽 관중석 높이를 낮추도록 재설계하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보통 관람석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우대석(hospitality)’이 부적절하게 설계된 잘못도 지적했다. 첼시 구단은 우대석을 1만 7000석이나 꾸미려고 하는데 이는 전체 좌석의 28%로 아스널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16%와 견줘 현저하게 높은 비율이다.
크로스웨이츠 가족의 저택 마당에서 공을 차면 스탬퍼드 브리지 그라운드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BBC 홈페이지 캡처
BBC 홈페이지 캡처
첼시 구단은 이미 근처 다른 주택들에는 일조권 침해 보상에 관한 합의를 마쳤는데 크로스웨이츠 가족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새 구장 건립에 목을 매는 것은 다른 명문 구단에 견줘 턱없이 수용 인원이 적어서다. 재정이 훨씬 열악한 아스널은 11년 전 6만석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지었고 웨스트햄도 2016년 5만 7000명이 들어가는 올림픽 스타디움으로 옮겼고, 토트넘은 현재 화이트하트 레인을 재건립하고 있다. 4만 1000명을 수용하는 스탬퍼드 브리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사용하는 경기장 가운데 일곱 번째로 큰 구장이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퍼드가 7만 5500명을 수용하는 데 견줘 턱없이 초라하다.
참고로 첼시의 새 구장 설계자는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이상 68)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