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헥터, 2·3일 수원 kt전 나란히 승리해 우승+20승 ‘합창’

8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가 겹경사를 맞았다.

KBO리그 역대 2번째이자 32년 만에 20승 투수 2명을 배출한 것이다.

그것도 팀의 우승이 걸린 경기에서 마지막 기회에 모두 승리를 따내 기쁨은 두 배다.

KIA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30)는 3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 정규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0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해 시즌 20승(5패)을 채웠다.

전날 한발 앞서 20승(6패)을 달성한 좌완 에이스 양현종(29)과 완벽하게 짝을 이룬 순간이다.

한 팀에서 20승 투수를 2명 배출한 건 프로야구 36년간 딱 1번 있었다.

1985년 삼성 라이온즈는 우완 에이스 김시진(25승·선발 21승)과 좌완 김일융(25승·선발 20승)을 앞세워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첫 우승기를 획득했다.

과거에는 팀당 1∼2명의 에이스 투수가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자주 등판해 비교적 쉽게 20승 투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투수 분업이 확실하게 정착한 2000년대 이후에는 20승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날 양현종이 달성하기 전까지 다니엘 리오스(두산 베어스)가 2007년 22승, 앤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이 2014년 20승,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가 2016년 22승을 거둔 게 전부였다.

더불어 헥터는 2016년 206⅔이닝 소화에 이어 올해 201⅔이닝으로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다.

선발투수에게 훈장과도 같은 200이닝은 20승과 마찬가지로 21세기 들어 보기 어려워진 기록이다.

헥터는 류현진과 리오스(2006∼2007년) 이후 10년 만에 2년 연속 200이닝까지 넘겼다.

이로써 헥터는 이번 시즌 다승과 이닝, 승률(0.800)까지 투수 3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헥터는 승리하면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자력으로 확정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등판했다.

그 때문인지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안타 2개씩 내줬다.

그러나 헥터에게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었다. 그는 3회 무사 1,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는 데 그쳤다.

KIA 타선은 화끈한 타격으로 헥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3회 초 이명기의 선제 투런포로 앞서간 KIA는 4회 초 이명기와 김주찬의 적시타로 3점, 5회 초 나지완의 2점 홈런으로 7점을 얻었다.

헥터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KIA의 방망이는 공격성을 유지했다. 9회 초 3점을 보태 10-2로 승리, 헥터의 20승과 동시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이제 통산 11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둘이서 40승을 합작한 헥터와 양현종은 KIA가 가장 믿는 카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