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동안 30명 죽음에 이르게 한 ‘인간 대포알’ 샌더스 마지막 발사?

140년 동안 30명 죽음에 이르게 한 ‘인간 대포알’ 샌더스 마지막 발사?

임병선 기자
입력 2017-05-18 11:45
수정 2017-05-18 11: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7.6m 길이의 포신 안은 뜨겁고 쇠 냄새가 강하게 났다. 캄캄한 그 안에서 인간 대포알처럼 웅크린 채 발사 순간을 기다리는 ‘니트로’ 니콜 샌더스(32)는 온통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고도로 훈련된 샌더스마저 그랬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녀는 “편안함을 느낄 수가 없죠”라고 말했다.

1877년 14세 소녀 자젤(Zazel)이 영국 런던에서 처음 발사된 이후 지난 2011년까지 30명이 사망한 ‘인간 대포알’을 영국 BBC가 18일 조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많은 안전 장치들이 강구되고 취해졌지만 결코 완벽해지지는 않았다. 한 서커스 역사학자는 2011년 마지막 발생했을 때까지 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인간 대포알’의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긴 포신이 있으면 되고 사람이 발사되면 공중을 곡예를 부리며 날아가 그물이나 에어백 안에 떨어지면 되는 것이다. 대포의 메카니즘은 엄격히 비밀로 가려져 있는데 수력학(hydraulics)과 공기압의 조화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약이 사용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샌더스는 링글링 브러더스 & 바르넘 & 베일리 서커스의 일원이다. 인간 탄환 발사는 3초 밖에 걸리지 않지만 준비하는 데 며칠씩 걸리곤 한다. 허공을 날아가고 공중에서 곡예를 부리고 착지하는 동안 근육을 적절히 움직여야 한다. 조그마한 오차라도 있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착지 과정에 크게 다칠 수 있어서다.

자젤처럼 샌더스도 훈련받은 공중곡예사다. 발사 순간 모든 근육을 움크려 몸을 팽팽하게 만들어야 한다. 너무 많은 체중을 찌워도 빼도 안된다. 대포 제작자의 추산대로 발사되려면 체중을 늘 기가 막히게 유지해야 한다.

지난 7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도심에서 그녀는 만원 관중 앞에서 인간 탄환으로 발사됐다. 장내 아나운서가 다섯을 카운트다운했고 폭죽과 함께 발사된 그녀는 12m를 날아 시속 106㎞의 속도와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행 도중 받는 G7 압력을 느꼈다.

이번이 그녀 생애 596번째 발사였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른다. 링글링 브러더스가 재정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다른 회사에 팔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샌더스는 일자리를 잃고 집을 잃고 오랫동안 끈끈하게 지내온 서커스 패밀리가 해체되고 자신에게 꿈의 일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을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니콜 샌더스가 포신 안으로 들어가기 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BBC 홈페이지
니콜 샌더스가 포신 안으로 들어가기 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BBC 홈페이지
1877년 자젤이 세계 최초로 ‘인간 대포알’ 서커스를 선보인 뒤 이 곡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AFP 자료사진
1877년 자젤이 세계 최초로 ‘인간 대포알’ 서커스를 선보인 뒤 이 곡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AFP 자료사진
지난 7일 니콜 샌더스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인간 대포알’ 공연 세트 전경. BBC 홈페이지
지난 7일 니콜 샌더스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인간 대포알’ 공연 세트 전경.
BBC 홈페이지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