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의 수상한 ‘에이전트 사업 활성화’ 강조

문체부의 수상한 ‘에이전트 사업 활성화’ 강조

입력 2016-11-04 07:19
수정 2016-11-0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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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실업팀 창단에 ‘에이전트 활용하라’…계약사는 더블루K

프로스포츠협회 만들어 프로 전 종목 에이전트 강요도 논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올해부터 스포츠 에이전트 사업 활성화를 유달리 강조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2월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에이전트 육성을 스포츠 서비스업 발전 주요 과제로 지목하며 “에이전트 제도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현행 프로야구 에이전트 대리인 조건 등 불합리한 규약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체부는 ‘우리나라가 스포츠 산업이 성장했지만, 에이전트 제도가 발달하지 않아 선수 관리, 마케팅, 홍보 등 연관산업의 발전이 지체됐다’며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스포츠 에이전트뿐 아니라 스포츠 매니지먼트 산업 육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주로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고 입단 및 이적, 광고 출연 등 마케팅 분야를 담당하는 대리인이다.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는 종목은 축구가 사실상 유일하다.

문체부는 또 3월 열린 ‘스포츠 문화·산업 비전 보고대회’에서도 스포츠 에이전트 등 스포츠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에이전트 산업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내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문체부가 갑자기 들고나온 ‘에이전트 산업 활성화’에 대해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가 선수 권익을 보호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 관계자는 “에이전트 제도가 잘못 도입되면 선수가 피해를 볼 수도 있고, 반대로 선수 연봉이 오르면서 구단의 적자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기도 어려운 제도”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문체부가 ‘에이전트 제도’를 갑자기 강조한 배경은 최근 문체부가 일부 공공기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하며 그 안에 ‘에이전트 업체를 활용할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 소유로 알려진 ‘더블루K’가 바로 이런 에이전트 역할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문체부가 앞장서서 최순실 씨 회사에 일감을 안겨다 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 펜싱팀을 만든 그랜드코리아레저는 해당 업무를 ‘더블루K’에 맡겨 이 회사의 수익 창출을 도왔다.

문체부에서는 이후 ‘더블루K’에 장애인 실업팀 창단 대행 독점권을 주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은 올해 4월 열린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워크숍에 참석해 “스포츠산업 활성화는 돈을 버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인데 그 첫 번째가 에이전트”라고 강조했다.

문체부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 5개 종목 프로 경기 단체를 한데 모아 만든 한국프로스포츠협회를 통해 에이전트 사업 활성화를 주도하려 하는 이유도 결국 최순실 씨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전트 업계 한 관계자는 “대개 선수 수입의 3%를 에이전트가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연봉 1억원 선수라 하더라도 에이전트에 돌아가는 몫은 1년에 300만원 정도”라며 “국내 스포츠 시장 규모 자체가 에이전트 산업이 발달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 처음 정부 방침이 나왔을 때부터 의아하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에이전트 산업을 키우려면 우선 전체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하고 선수협회 등 선수들 전체 입장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고 일의 앞뒤를 바로잡으며 “정부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려면 인기 종목보다는 장애인 펜싱과 같은 숨은 종목이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정부의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는 프로스포츠 주체인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오래전부터 공론화와 함께 제도적 도입이 검토된 사항”이라며 “이밖에 신규 시장 창출 등 전체 스포츠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단체에 사업을 몰아주기 위해 급하게 추진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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