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은 ‘자발적’…체육계는 지원 축소에 ‘한숨만’

K스포츠재단은 ‘자발적’…체육계는 지원 축소에 ‘한숨만’

입력 2016-10-25 14:20
수정 2016-10-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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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야구·축구 등 긴축재정…테니스·럭비는 아예 팀 해체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 행태를 보고 한국 체육계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K스포츠재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창조경제를 함께 추진해온 기업들이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기업과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가고자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계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스포츠에 대한 투자 행태를 지적하며 납득하기 어렸다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경우 최근 야구, 축구, 농구, 배구단을 제일기획으로 넘기며 구단 운영비도 상당액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여 년 간 축적해온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역량과 보유 구단 간의 시너지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 더욱 강력한 명문 구단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으나 체육계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포츠에 대한 기업의 투자 축소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 야구단의 경우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박석민을 잡지 못했고 박석민은 4년간 총 96억 원의 조건에 NC와 계약했다.

또 축구단 역시 지원을 큰 폭으로 줄이면서 이번 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 2부 리그 강등을 피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처지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에는 테니스와 럭비팀을 해체하면서 스포츠 쪽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기도 했다.

테니스 단의 1년 예산은 6∼7억 원 선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럭비팀은 단체 종목이라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테니스와 더해도 1년 예산이 20억 원이 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삼성이 현재 K스포츠재단에 79억 원, 미르 재단에 125억을 앞장서서 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체육계의 시선이다.

GS그룹도 마찬가지다.

GS는 9월 현재까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K스포츠재단에는 16억 원, 미르 재단에는 26억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도 있고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평창올림픽 후원에는 참여하지 않은 GS그룹이 두 재단에는 사실상 비밀리에 40억 원 이상을 쾌척했다는 사실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내 체육계에서는 “프로스포츠 타이틀 스폰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액수는 수십억원 대지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인기 프로스포츠 타이틀 스폰서도 서로 꺼리는 것이 최근 기업 분위기인데 ‘좋은 취지’라며 비슷한 액수의 거금을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재단에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또 아마추어 경기단체도 비인기 종목일수록 기업 후원 회장사를 구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마포 갑)은 이달 초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평창조직위원회로부터 받은 후원사 현황과 미르 및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 현황을 비교한 결과 두 재단에 신속하게 출연했던 기업들이 올림픽 후원에는 관심이 없고 인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체육계 한 관계자 역시 “박 대통령은 ‘재단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체육 인재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스포츠 쪽에 투자를 줄이고 대신 그 돈으로 재단 출연금을 충당한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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