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태권도 열풍…사범·도복 보내면 최고 외교”

“남수단 태권도 열풍…사범·도복 보내면 최고 외교”

심현희 기자
입력 2015-11-11 23:02
수정 2015-11-1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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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남수단태권도협회장 방한

“한국 대사관도 없는 남수단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는 태권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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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남수단태권도협회장
김기춘 남수단태권도협회장
세계태권도연맹(WTF) 방문을 위해 한국을 찾은 김기춘(65) 남수단태권도협회장은 11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WTF 본부에서 “오랜 내전 끝에 2011년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는 1000여명이 태권도를 즐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학교, 육군사관학교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예정”이라며 “태권도 열풍에 비해 태권도를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열악한 인프라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태권도가 국기인 한국에서 사범과 헌 도복 등을 보내 준다면 최고의 소프트 외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78년 현대건설 직원으로 근무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을 갔다가 수단으로 이주해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하던 중 2005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자원이 풍부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남수단과 인연을 맺었다.

“10년 전 남수단에 처음 왔을 땐 어릴 적 한국전쟁 직후의 한국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독립 후 유럽, 호주, 인도 등의 회사가 들어와 개발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입니다. 주바에서는 내전도 거의 안 나고요.”

그러나 한국 정부는 현재 남수단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지난해 남수단올림픽조직위원회 출정식 때문에 주바를 방문한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도 오기 전에 걱정을 했는데 막상 오니 평화로운 분위기가 놀랍다고 말했다”며 “신생 국가 남수단에 태권도 사범단을 파견한다면 8년째 선진국 간 원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수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금 남수단에 1억 달러(약 1156억원)짜리 철교를 무상으로 지어 주는 동시에 파견 온 자위대가 가라테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중국 군대는 현지 사람에게 우슈를 가르치고 있고요. 하지만 지난 8월 정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이 된 남수단에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은 이 둘이 아닌 태권도, 축구를 비롯한 7개뿐이에요. 한국의 과거와 비슷한 고통을 겪은 남수단에서 태권도 올림픽 메달이 나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글 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5-11-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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