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거슨·콜드웰 ‘돈 월’ 직벽 첫 맨손 등정
미국의 암벽등반가 두 명이 높이 941m의 수직 절벽을 19일에 걸쳐 손과 발만 이용해 올랐다.토미 콜드웰(왼쪽)과 케빈 조거슨이 15일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엘캐피탄 돈 월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마지막으로 등반 루트 등을 상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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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표면이 뜨겁고 손에 땀이 차기 때문에 주로 밤에 직벽을 오른다. 헤드랜턴을 켜고 오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는 조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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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모든 등정을 마친 두 사람이 부둥켜안은 채 19일 동안의 악전고투를 함께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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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암벽등반가 토미 콜드웰(30)과 케빈 조거슨(30)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에 있는 높이 941m의 엘캐피탄 ‘돈 월’을 세계 최초로 맨손으로 올랐다. 사진은 콜드웰이 먼저 등반에 성공한 뒤 정상에서 두손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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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암벽등반가 토미 콜드웰(30)과 케빈 조거슨(30)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에 있는 높이 941m의 엘캐피탄 ‘돈 월’을 세계 최초로 맨손으로 올랐다. 사진은 돈 월을 오르느라 심한 상처를 입은 조거슨의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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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표면은 석회처럼 물러 오르기 쉽지 않다. 성냥개비만 한 돌출부에 몸을 의지해야 하기도 하고, 경사가 가파르기로도 악명 높다. 이렇다 보니 짐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오르는 ‘요세미티식 등반’ 기술이 잉태된 곳이기도 하다.
엘캐피탄을 오르는 루트는 100여개다. 동남쪽의 돈 월 직벽은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루트로 꼽힌다. 이곳을 장비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오른 사례는 없었다. 1970년 워런 하딩(미국)이 이 루트로 올랐을 때도 로프와 고리못을 수도 없이 사용하고도 27일이나 걸렸을 정도로 난해한 루트다.
유명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돈 월이 특별한 건 오르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의 등반 과정을 블로그에 연재한 톰 에번스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암벽등반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콜드웰은 세 살 때부터 산에 올랐다. 교사이자 등산 가이드였던 부친은 그를 배낭에 태우고 로키산맥의 60m 암벽을 올랐다. 그는 14세 때 마터호른과 몽블랑에 처음 올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그를 2014년 ‘올해의 모험가’로 꼽으며 “이 행성에서 제일가는 암벽등반가”라고 치켜세웠다.
콜드웰은 200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암벽등반을 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연계된 우즈베키스탄계 극단 이슬람 조직에 붙잡혀 수 주 동안 인질 생활을 했다. 감시병을 제압하고 탈출에 성공했지만 당시 충격으로 한때 실어증에 걸리기도 했다.
특히 그는 왼손 검지가 없다. 손가락 힘에 의지할 일이 많은 암벽등반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2001년 집에서 톱질을 하다가 잘린 뒤 병원에서 손가락을 붙였지만 의사들이 평생 암벽등반을 못 할 거라고 하자 떼어 달라고 했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콜드웰이 맨손으로 돈 월을 오르겠다고 결심한 것은 2008년이다. 나중에 조거슨이 소식을 듣고 합류해 둘은 5년 동안 엘캐피탄에서 훈련을 거듭했다. 다른 계절에는 표면이 직사광선에 달궈져 오를 수 없기 때문에 겨울을 택했다. 같은 이유로 낮에는 자고 밤에 헤드랜턴으로 비춰 가며 오른다.
둘은 2010년에도 돈 월 등반을 시도했다가 날씨가 나빠져 3분의1 지점에서 포기했다. 조거슨은 2011년 연습 도중 발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콜드웰은 지난달 재도전의 첫발을 떼며 NYT에 “이 도전은 나의 모비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14번째 피치(암벽등반할 때의 구간, 보통 60m)까지 올랐지만 15번째 피치에서 큰 고비를 맞았다. 콜드웰은 곧바로 성공했지만 조거슨이 일주일 동안 열한 차례나 추락했다. 너덜너덜해지고 피투성이인 손가락이 낫기를 기다리며 이틀을 보낸 조거슨은 아흐레째 간신히 15번째 피치를 통과했다. 영화 제작사 빅업픽처스가 둘의 행적을 촬영했다. 앞으로 극장에서 둘의 등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2015-01-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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