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난닝 세계선수권대회 참가차 출국…대회 출전 여부는 불투명
“실수를 하더라도 ‘양학선2’를 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양학선2’를 했으면 1등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1인자의 자리에서 잠시 내려온 ‘도마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이 큰 아쉬움을 안고 장도에 나선다.
양학선은 27일 오전 7시 5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카오행 NX 825편을 타고 한국 남녀 기계체조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마카오를 거쳐 중국으로 향한다. 다음 달 3일부터 중국 난닝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아시안게임을 마치자마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숨 가쁜 일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중국과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A팀(대표팀 1진) 대신 B팀(대표팀 2진)을 파견했지만,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에 ‘올인’했다.
양학선이 훈련 도중 주저앉을 정도로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 통증이 극심했음에도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출전을 강행한 것은 마찬가지 이유에서였다. 병원에서는 정밀 검진을 받을 것을 권유했으나 양학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밀 검진에 2시간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은 양학선은 그렇게 한가롭게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아시안게임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열렸다면 양학선이 출전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앞두고 만난 양학선은 부상 상태에 대해 “어제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근육이 찢어진 데가 물이 차고 염증이 심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중국에 가서 훈련하는 기간이 긴 편이니까 잘 준비하면 시합에는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지난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도마 결선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혔던 북한의 체조영웅 리세광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평범한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압박붕대를 두껍게 감고 나선 그는 허벅지 상태가 최악이었음에도 세계 최고의 도약력이 필요한 자신의 독보적인 기술 ‘양학선’(도마를 앞으로 짚고 세 바퀴 비틀기)과 제2의 신기술 ‘양학선2’(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반 비틀기)를 연거푸 시도했다.
그러나 허벅지 부상 탓에 실제로는 ‘양학선’과 ‘양학선2’를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하고 이보다 난도가 0.4 낮은 ‘여2’와 ‘로페즈’ 기술로 내려앉았다.
양학선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도마에 손을 짚을 때 그 기술이 될지 안될지를 느낄 수 있다”면서 “짚는 순간 안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느꼈기 때문에 다른 기술로 바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양학선은 1, 2차 시기 합계에서 1위에 0.016점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니어 데뷔 이후 금메달 이외에는 다른 색깔의 메달은 걸어본 적이 없는 양학선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펑펑 울었다.
양학선은 “아시안게임의 기억은 굳이 지우려고 생각 안 한다”면서 “그런 경험을 해야지 앞으로 좀 더 좋은 성적이 다시 다가올 수 있으니까”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는 부상에도 도마 결선 하루 전 링과 마루운동 결선에 출전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제까지 국제대회에서 다른 종목 결선에 들어가 본 적이 처음이었다”면서 “물론 그것 때문에 도마에서 성적이 안 좋게 나왔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도마 선수가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함께 하는 체조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겠다는 것을 철저하게 느꼈다”면서 “다른 종목을 신경 쓰면서 도마에도 신경 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양학선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단체전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팀을 위해서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남녀 단체전에서 24위 안에 들어야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어 12장의 올림픽 티켓에 도전할 수 있다.
주영삼 남자 대표팀 감독은 “24위 안에 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양)학선이는 현재 상태로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를 말하기 어렵다”면서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겠지만, 무리시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