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얼마 불렀어?”
바야흐로 프로야구 연봉협상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올 시즌 투타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KIA 윤석민(왼쪽)과 삼성 최형우(오른쪽)의 연봉 인상 폭이다. 올해는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 해외파들이 복귀하면서 연봉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는 바람에 더욱 양상이 흥미롭다.20년 만에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윤석민은 이미 “8년차 최고 연봉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승엽이 2002년 받은 4억 1000만원이 윤석민의 목표치다. 전년보다 3000만원 깎인 1억 9000만원이 올 시즌 연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16%의 인상 폭을 요구하는 셈이다.
팀에서 투타 통틀어 고과 1위를 차지한 만큼 이 정도의 대접은 합리적이라는 게 윤석민의 생각이다. 116%가 팀 내 역대 최다 인상 폭도 아니다. 2009년 통합우승 후 김상현에게 361%(5200만원→2억 4000만원)를 올려준 적이 있다. 그러나 억대연봉 선수에게 그만큼의 인상 폭은 어려운 게 사실이기도 하다. KIA와 윤석민의 온도 차가 있는 게 분명하다. 김조호 KIA 단장은 15일 “고과 기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하겠다.”면서 “한 해 바짝 잘했다고 올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시상식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 못한 KIA와 윤석민은 곧 구체적인 연봉협상에 돌입한다.
최형우는 윤석민보다 사정이 낫다. 정규시즌 4위에 그친 KIA보다는 통합우승에 아시아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낸 삼성이 조금 더 후한 대접을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형우, 가파른 상승곡선… 몸값 3억 기대
올해 1억 8500만원을 받은 최형우는 2억원대를 지나 곧바로 3억원대로 진입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그렇게 되면 62%가량 연봉이 오르게 된다. 부동의 4번타자로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을 차지한 성적을 보면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2002년 입단 이후 4년간 2000만원대 연봉을 받다가 팀에서 방출된 아픈 경험이 있는 최형우는 2008년 재입단(연봉 5000만원)한 뒤로는 해마다 가파른 연봉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2009년엔 1억원, 지난해엔 1억 3500만원을 받았다. 최형우는 아직 구단과 연봉협상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다. 최고연봉기록(15억원)을 갈아치운 김태균과 11억원을 받고 같은 팀에서 뛰게 된 이승엽의 연봉협상이 최형우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프로에겐 자존심 싸움과도 같은 연봉협상에서 윤석민과 최형우가 또 한번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12-1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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