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도 男도 아닌 나…金으로 내 존재 증명한다

女도 男도 아닌 나…金으로 내 존재 증명한다

입력 2011-08-02 00:00
수정 2011-08-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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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계의 ‘양성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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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의 운동 능력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동일한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해야 한다. 신체 내 지방조직이 평균 10% 정도 많기 때문이다. 또 같은 근육량을 갖췄다 해도 동일 부피의 근육에서 내는 힘의 차이(남 7.0㎏/㎤, 여 6.3㎏/㎤)가 존재한다.

근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육을 지탱하는 뼈의 밀도,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의 견고성,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 등이 여성보다 남성이 높다. 남녀 성대결이 펼쳐지는 스포츠가 흔치 않은 이유다.

육상에서는 이를 악용하다 뒤늦게 적발된 사례도 있다. 1938년 여자 높이뛰기 세계신기록(1m 70)을 작성한 도라 라트엔(독일)은 나치 정권이 아예 성(性)을 바꿨다.

남성이었지만 곱상한 외모 덕분에 여성으로 출전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그는 헤르만 라트엔이라는 남성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고 말았다.

1964년 도쿄올림픽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 100m에서 동메달을 딴 에바 클로부코프스카(폴란드)는 1967년 염색체 검사를 통해 남자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애초에 남녀의 구분 자체가 불분명한 성의 경계에서 태어나 승승장구하는 선수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스터 세메냐(20)가 그 주인공이다. 세메냐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세메냐는 여자 800m에서 1분 55초 45의 기록으로 2위를 2초 이상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로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경기는 흡사 남녀대결을 연상케 했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로 질주하는 세메냐의 주법 또한 완벽하게 남자다웠다. 특히 세메냐는 중저음의 굵은 남자 목소리로 우승소감을 밝혀 ‘성 정체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곧바로 조사단을 구성, 10개월 가까이 규명에 나섰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남아공 의회 스포츠-레크리에이션 위원회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IAAF를 제소하겠다고 밝혔고, 칼레마 모틀란테 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성 판별 검사는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세메냐는 “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수용했을 뿐이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세메냐는 지난해 7월 IAAF의 출전허가를 받았고, 유럽육상대회 여자 8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지난달 3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 8위에 그쳤지만, 세메냐는 여전히 오는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의 강력한 우승후보다. 세메냐는 “대구 대회에서 챔피언 자리를 지켜내겠다.”면서 “2연패를 달성하고자 많이 노력했고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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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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