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연맹 ‘마라톤 약물 의혹’ 진상조사委 가동

육상연맹 ‘마라톤 약물 의혹’ 진상조사委 가동

입력 2011-06-17 00:00
수정 2011-06-1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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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마라톤 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실체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연맹은 17일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사무실에서 오동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조만간 진상조사위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맹은 이날 의혹의 핵심 인물로 거론된 정만화 대표팀 감독과 연루설에 휘말린 남자 마라톤의 간판 지영준(30·코오롱) 등 대표 선수들이 결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회장은 “지난해부터 정 감독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약물 사용 의혹이 불거져 자체 조사를 벌여왔고, 정 감독으로부터 금지약물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언론접촉을 일체 피하기로 한 정 감독은 오 회장에게 “선수들에게 약물을 주입한다고 돈방석에 앉는 일도 아닌데 왜 그런 일을 벌이겠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정 감독이 생리를 겪는 여자 선수들에게 대회 출전과 상관없이 체력 강화 차원에서 철분제가 들어간 약물을 주사한 사실은 인정했다”면서 “하지만 금지 약물은 아니다는 소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했다”고 전했다.

오 회장은 “이번 사건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일부 지도자가 꾸준히 스타를 키워내는 정 감독을 시기해 발생한 일로 보인다”며 “조속히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해 대표팀이 안정적으로 훈련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맹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두 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느닷없는 악재가 터져 나오자 대표팀이 흔들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개 종목, 10명의 결선 진출자를 배출하자는 ‘10-10’ 전략을 수립한 연맹은 그 중 남자 마라톤이 번외경기인 단체전(상위 세 선수의 기록을 합산해 메달을 결정하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태로 정 감독과 지영준 등 마라톤 대표팀의 주축이 정신적인 공황에 빠지면서 이 계획이 수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육상인과 마라톤 인사들은 경찰이 빨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모든 조혈제(造血劑)가 금지약물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KADA 관계자는 “세계도핑방지규약에는 조혈제 중에서도 에리스로포이에틴(EPO)과 다베포이에틴(dEPO) 등 중증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적혈구를 생성하는 호르몬이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빈혈 치료를 위해 헤모글로빈을 늘리고자 사용하는 철분제 성격의 조혈제는 금지약물이 아니다”라며 “의료 기관의 허가에 따른 합법적인 주사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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