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U 세계선수권] 김연아, 세계선수권 쇼트 삐끗해도 1위…13개월 공백은 없었다

[ISU 세계선수권] 김연아, 세계선수권 쇼트 삐끗해도 1위…13개월 공백은 없었다

입력 2011-04-30 00:00
수정 2011-04-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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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퍼펙트 아리랑’으로 세계 홀린다

음악이 끝나자 ‘비련의 여주인공’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은 소녀’로 돌아왔다. 지난해 토리노세계선수권 이후 13개월 만에 앉은 키스 앤드 크라이존.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니 전광판에 65.91점이 뜨자 그제서야 ‘휴’ 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피터 오피가드 코치는 대견한 듯 제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즌 초반 대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감각을 끌어올렸던 다른 선수들과 달리 1년의 실전 공백이 있었지만, 여전한 연기로 그동안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피겨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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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겨여왕 김연아가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지젤’을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겨여왕 김연아가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지젤’을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아(21·고려대)가 돌아왔다. 13개월의 빈틈을 느낄 수 없는 무대였다. 당연하다는 듯 순위표 맨 윗자리를 꿰찼다. 김연아는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첫날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5.91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기술점수(TES) 32.97점에 예술점수(PCS) 32.94점을 보탰다. 안도 미키(일본·65.58점)와 크세니아 마카로바(러시아·61.62점)가 그 뒤를 이었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58.66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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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배신… 절망…  김연아가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첫날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지젤’에 맞춰 오묘한 감정이 섞인 매혹적인 표정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모스크바 연합뉴스
사랑… 배신… 절망…
김연아가 2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첫날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지젤’에 맞춰 오묘한 감정이 섞인 매혹적인 표정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모스크바 연합뉴스
김연아는 이날 전체 선수 중 마지막인 30번째로 은반에 올랐다.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처럼 단연 돋보였다. 바로 전 링크를 수놓았던 ‘라이벌’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뛰는 ‘점프 기계’ 같았던 반면, 김연아는 작품에 녹아드는 완벽한 감정 표현으로 차원이 다른 예술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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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아당 작곡의 ‘지젤’이 흘러나오는 동안 김연아는 그저 ‘사랑에 배신당한 여인’이었다. 환희, 설렘, 절망,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2분 50초 동안 촘촘하게 풀어냈다. 첫 점프로 예고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단독 점프로 처리하며 삐걱댔지만, 두 번째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를 붙여 콤비네이션으로 처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플라잉 싯스핀에서 마음을 가다듬은 김연아는 더블 악셀(기본점 3.3점)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김연아가 ‘지젤’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던 스텝은 실전에서 더 화려하게 구현됐다. 다이내믹한 배경 음악에 맞춰 배신당한 여인의 복잡한 내면을 애절한 표정으로 녹여냈다. 눈빛과 손짓 하나에 온갖 감정이 변화무쌍하게 전해졌다. 이날 처음 공개한 드레스도 몰입을 도왔다. 어깨를 드러내고 허리 부분이 파인 짙은 드레스는 파격적이면서도 절제된 우아함을 선보였다. 하늘거리는 스커트는 ‘순박한 시골 처녀’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김연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긴장을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첫 점프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완벽한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한 게 속상하지만 그래도 1등을 해서 기쁘다.”며 웃었다. 이어 “다른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신이 없다. 원래 잘하지 않는 실수라 놀랐지만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쇼트프로그램 1위로 건재함을 과시한 김연아는 30일 밤 전통민요 아리랑을 편곡한 프리스케이팅 ‘오마주 투 코리아’를 앞세워 정상 탈환에 박차를 가한다. 최종 순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의 총점으로 가려진다. 2009년 세계선수권(미국 로스앤젤레스) 이후 2년 만에 ‘월드챔피언’을 노린다. 올 시즌 휴식을 취하느라 3위(4024점)까지 떨어진 ISU랭킹도 우승포인트 1200점을 받아 ‘톱’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1-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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