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은 방망이 타구 짧아져, 물만난 변화구 각도 좋아져
야구는 민감한 스포츠다. 조그만 변수에도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4월14일 오후 6시30분. 삼성-LG전이 열리던 잠실구장 기온은 4도였다. 습도는 25%. 너무 추웠다. 당시 양팀 더그아웃엔 난로가 등장했다. 세 달 가량 지난 7월15일. 같은 구장에서 열린 KIA-LG전. 경기 시작할 때 27도였다. 습도는 68%. 기온과 습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여름과 장마가 왔다. 이런 기후 변화가 야구의 공격과 수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연합뉴스
공이 따뜻해지면 공 자체의 탄성(반발력)도 늘어난다. 공은 방망이에 맞으면 찌그러진다. 많이 찌그러지는 만큼 멀리 나간다. 공이 차가우면 탄성은 떨어진다.
공의 온도는 주변 실온과 비슷하다. 그러나 15도 이하가 될 일은 거의 없다. 경기 전 실내에서 보관하고 경기 중에는 투수들이 공을 쥐고 있어서다.
습도도 영향을 준다. 증기는 공기보다 약간 더 가볍다. 다른 조건이 같고 습도만 높다면 대기 밀도는 낮아진다. 타구가 더 멀리 나간다. 그러나 타자들은 습도가 높으면 공이 멀리 안 나간다고 얘기한다. 공과 방망이가 머금은 습기 때문이다. 이진영이 일반공으로 120m를 날렸다면 습도 100% 공은 111m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방망이도 미세하게 무거워져 스윙이 둔해진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공인구 둘레는 22.9~23.5㎝. 무게는 141.7~148.8g이다. 공이 습기를 머금으면 미세하게 둘레는 늘어나고 무게도 무거워진다. 규정 한도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공을 선호한다. 공이 크면 다루기 어렵고, 무거우면 직구 속도가 떨어진다.
공의 습도가 높아지면 탄성이 줄어든다. 그러면 야수들이 편해진다. 타구 속도가 평소보다 떨어진다. 그라운드와 공이 모두 습기를 머금고 있으면 양쪽의 탄성력이 줄어든다. 적게 튀어오르고 타구 속도는 느려진다. 타구 속도가 0.1초 느려지면 내야수의 수비 범위는 70㎝ 정도 줄어든다. 직선 타구나 쇼트 바운드 처리 하나로 경기 흐름이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시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
장마철이 오면 투수들은 비로 취소되는 경기가 많아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진다. 야수들은 덥고 습한 환경에서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 한다.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진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7-2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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