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문경은 “몸으로 배운 농구 이젠 머리로… 밑바닥부터 시작”

굿바이! 문경은 “몸으로 배운 농구 이젠 머리로… 밑바닥부터 시작”

입력 2010-05-15 00:00
수정 2010-05-1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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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슈터’ 문경은(40·SK)이 기자회견을 갖고 30년간 정든 코트를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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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연합뉴스
문경은
연합뉴스


14일 서울 을지로2가에 위치한 SK텔레콤본사 19층. 은퇴 기자회견장을 찾은 취재진을 보면서 문경은은 “이렇게까지 많은 분이 오실 줄은 몰랐는데….”라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좌우를 찬찬히 둘러보는 눈빛은 살짝 떨렸다.

그러나 문경은은 “여러 선배가 은퇴하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는데, 난 웃으면서 은퇴하려고 한다.”고 미소 지으며 “농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앞으로 지도자가 돼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로 군림해온 만큼 잊지 못할 장면도 많다. 문경은은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에 뽑히고 나서 어머니를 붙잡고 펑펑 울었던 게 기억난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땄던 것도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아쉬운 기억도 있다. “2000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우승한 이후에 별 다른 성과가 없었다. SK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은퇴해서 속상하다.”고 했다.

‘농구대잔치 세대’와의 추억도 풀어놓았다. 연세대 시절을 ‘가장 즐거웠던 시기이자 전성기’라고 기억했다. “대학교 3~4학년 때 실업팀 형들 이기고 다녔을 때가 정말 좋았다. 그 시기가 이어져 지금의 ‘람보슈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은 아직 팔팔하지만 세월은 빨랐다. “상민이나 (우)지원이가 은퇴결심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깔깔 웃었다. 고민도 깊었다. “예전의 이름값으로, 벤치만 지키고 있는 것은 내가 용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문경은은 “선수 때는 몸으로 농구를 배웠지만, 이젠 머리로 하겠다. 선수 시절은 다 잊고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5-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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