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4강은 실패…뮌헨 9년 만에 4강
산소 탱크’ 박지성(29)을 엔트리에서 뺀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안방 2차전 승리에도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실패했다.챔피언스리그 맨유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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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31일 뮌헨 원정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던 맨유는 1, 2차전 합계 4-4로 동점이 돼 원정 다득점에 앞선 뮌헨에 4강 진출권을 내줬다.
맨유는 2006-2007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대회 4강 진출과 함께 2년 만의 정상 탈환까지 노렸지만 물거품이 됐다.
반면 뮌헨은 2000-2001 시즌 우승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올라 다시 유럽 프로축구 정상에 오르는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뮌헨은 지롱댕 보르도(프랑스)를 제친 올랭피크 리옹(프랑스)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맨유의 선발 출전선수 명단을 본 축구팬은 다들 혀를 내두를 만했다.
뮌헨과 1차전 때 발목을 다친 공격수 웨인 루니는 전날 퍼거슨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깜짝 선발 출전했다.
퍼거슨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로 쓸 수도 있다”던 박지성은 아예 교체선수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전날 기자회견은 퍼거슨 감독의 연막이었던 셈이다.
1차전 패배로 승리가 절실했던 퍼거슨 감독은 루니를 최전방에 세우고 나니와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좌.우측면에 배치하는 등 공격적인 선발진을 꾸렸다.
미드필더진은 대런 플레처와 마이클 캐릭, 깁슨이 호흡을 맞췄다.
뮌헨은 올리치와 토마스 뮐러를 투톱으로 세우고, 프랑크 리베리와 종아리 부상으로 1차전에는 결장했던 로번을 좌·우에 배치했다. 경고 누적으로 1차전에 뛰지 못한 미드필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도 선발 출전했다.
박지성을 뺀 퍼거슨 감독의 결정은 한국 축구팬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지만 놀랍게도 경기 시작하자마자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전반 3분 루니의 패스를 받은 깁슨이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찬 공이 뮌헨 골문을 가르며 맨유가 리드를 잡았다.
기세가 오른 맨유는 전반 7분 오른쪽을 파고든 발렌시아가 차올린 공을 골문 앞에 있던 나니가 오른발 안쪽으로 차 디딤발인 왼발 뒤로 살짝 돌려놓는 감각적인 추가골로 한 걸음 더 달아났다.
전반 41분에는 발렌시아가 다시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찔러준 공을 루니가 흘려주자 나니가 다시 골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차 넣어 석 점 차로 벌렸다.
하지만 뮌헨의 저력도 만만찮았다.
전반 43분 뮐러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헤딩으로 떨어뜨려 준 공을 올리치가 잡아 골 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왼발슛으로 만회골을 터트려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뮌헨이 한 골만 더 넣는다면 1, 2차전 합계 4-4로 동점이 되면서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뮌헨이 4강 티켓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라 맨유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맨유는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전반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오른쪽 풀백 하파엘 다 실바가 후반 시작 5분 만에 다시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수적 열세 속에 불안하게 리드를 이어갔다.
주전 오른쪽 풀백 게리 네빌까지 엔트리에서 제외한 퍼거슨 감독은 결국 후반 10분 루니를 불러들이고 존 오셔를 내보내 수비 구멍부터 메웠다.
후반 시작하면서 뮐러를 빼고 마리오 고메스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진 뮌헨은 후반 14분 리베리의 왼발 발리슛이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 사르의 선방에 막히고, 23분 필립 람의 크로스에 이은 고메스의 헤딩슛은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등 계속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갔다.
맨유도 나니가 후반 18분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골지역 왼쪽까지 파고들어 날린 오른발 슛이 골키퍼 한스 외르크 부트에게 걸리는 등 추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4강 진출팀이 가려진 것은 후반 29분이었다. 4강 티켓의 주인은 맨유가 아닌 뮌헨이었다.
리베리가 왼쪽에서 차올린 코너킥을 로번이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논스톱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판데르사르가 오른쪽으로 몸을 던져 손을 뻗었지만, 공은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맨유는 캐릭과 깁슨을 차례로 빼고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베테랑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까지 투입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한편 리옹은 보르도와 원정경기에서 0-1로 졌지만 1, 2차전 합계 3-2로 앞서 4강 진출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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