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 부담 던 속죄포

곽태휘, 부담 던 속죄포

입력 2010-03-04 00:00
수정 2010-03-04 03: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마음고생이 심했던 ‘골 넣은 수비수’ 곽태휘(29.교토)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가상한 아프리카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헤딩골을 사냥했다.

곽태휘는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 김재성(포항)의 프리킥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2-0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골을 뽑았다.

A매치 11경기 만에 수확한 4호골 이었다.

곽태휘는 이날 승리의 기쁨 못지않게 지난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중국과 경기 때 실수를 털어낸 것 같아 기분이 더욱 좋았다.

그는 지난달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동아시아선수권대회 2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0-3 참패의 빌미를 제공하는 두 차례 결정적인 수비 실수를 했던 아픔이 남아 있다.

당시 경기 시작 5분 만에 소극적인 커버 플레이 탓에 위하이의 선제 헤딩골을 막지 못했고 전반 27분에는 위험지역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두 번째 실점을 자초했다. 교토로 이적하고 나서 훈련량이 부족했고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수비진과 손발이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는 지난 2008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때 중국과 1차전에서 2-2로 팽팽하게 맞서 후반에 결승골을 터뜨려 ‘허정무의 황태자’로 불리며 중앙수비수로 각광을 받았으나 잦은 부상에 발목을 잡혀 대표팀에 들락날락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표팀에 복귀해서 32년간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중국에 뼈아픈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장본인이 됐으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곽태휘는 이날 중앙수비수 경쟁자인 조용형(제주), 이정수(가시마)에게 선발 출전 자리를 내주고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이정수가 후반 16분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기회를 잡았다.

조용형과 호흡이 맞지 않아 다소 수비 불안을 드러냈던 곽태휘는 육탄방어로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등 상대 공격수들의 예봉을 막아냈다.

그가 승리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건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긴 후반 추가시간.

김재성이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크로스를 올려주자 곽태휘는 골문으로 달려들어 갔고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공은 그대로 왼쪽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0 승리를 확정하는 기분 좋은 쐐기골이었다. 중국전 실수를 만회하는 득점포이자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가능성을 높인 골이어서 곽태휘로서는 기쁨이 배가됐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