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축구 선수들은 드리블을 한다. 그러나 브라질 선수들만큼 능란한 드리블을 선보이는 나라는 없다. 어렸을 적에는 누구나 공을 툭툭 차며 운동장으로 나갔고, 친구들을 골려 주는 재미로 몰고 다녔다. 그중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인 꼬마들이 오늘의 프로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드리블은 축구의 시작과 끝이다. 잠시 기억을 떠올려 봐도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수비수들을 거푸 제치고 달리던 마라도나,98년 프랑스월드컵 때 경기장 절반을 혼자서 질주하며 통렬한 골을 터트린 마이클 오언 그리고 언제나 서너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지푸라기처럼 쓰러지게 만드는 호나우두 등이 드리블의 귀재들이다. 박지성의 동료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의 호나우지뉴도 빼놓을 수 없다.
냉정하게 보면 드리블은 패스와 슛이라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건 속도와 속임수인데 과거의 차범근처럼 바람처럼 달려가거나 요즘의 이영표처럼 헛다리를 흔들어 속이는 것만으로도 드리블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수준은 속도와 속임수가 결합된 것이다. 예컨대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놀라운 속도로 질주할 뿐만 아니라 그 속도를 온전히 살리면서 패스와 슛을 성공시킨다. 또 드리블이 패스와 성공으로 이어지는 요소는 ‘타이밍’이다. 가장 효과적인 순간에 가장 절묘하고 예리한 패스로 슛 기회를 잡는 드리블이야말로 공격수가 취해야 할 최고 덕목이다.
지금 K-리그에서는 포항의 따바레즈가 속도와 속임수, 그리고 타이밍까지 갖추고 있다. 그동안 남미 선수들이 능란한 기교에도 불구하고 개인 플레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도 바로 ‘타이밍’ 감각이었다. 지금도 감독들은 이것을 놓친 채 고립되는 남미 선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반의 흥행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요즘 포항의 따바레즈 선수를 한번쯤 주목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능란한 기교, 빠른 속도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까지 두루 갖춘 따바레즈로 인해 포항의 공격이 내실을 더해가고 있다. 어디 그 혼자뿐이랴. 축구가 주는 아름다운 흐름들이 용병들로 인해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