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프로선수에 ‘애국’만 바랄 수 있나

[박기철의 플레이볼] 프로선수에 ‘애국’만 바랄 수 있나

입력 2006-12-19 00:00
수정 2006-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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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아시안게임 대표단이 귀국하면서 올해 주요 스포츠 행사는 모두 끝났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야구, 축구를 비롯한 프로 종목의 부진이 어느 때보다도 비난을 받은 대회였다.

역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돌이켜 보면 항상 좋은 성적을 올려주는 종목은 개인 경기였다. 단체 경기에서는 항상 비인기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왔지 인기 종목이 우승을 한 예는 별로 없다. 이는 우리 스포츠의 강한 분야와 약한 분야를 그대로 나타낼 뿐이지 프로 종목의 선수단이 비난을 뒤집어써야 할 이유는 없다.

필자는 지난해 12월20일 본란에서 강요된 애국은 팀 전력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음을 지적했다. 스스로 자신의 명예를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봉사하는 자세로 국가 대표의 의무를 수행하는 경우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대표 선발을 거부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을 이유도 없다. 물론 당시는 아시안게임 야구보다는 WBC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지만 WBC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WBC 참가가 선수 개인에게 크게 득이 되지 않는데도 최선을 다한 결과다. 박찬호, 이승엽, 구대성 등은 희생하는 자세로 대회를 치렀고 그것이 성적에 반영됐다. 물론 매스컴의 관심도 커서 성취감도 있었다. 운도 많이 따랐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은 여러모로 달랐다. 병역 미필 선수들이야 모처럼의 기회를 날려 버리기 싫었겠지만 다른 선수들은 성취동기를 가질 만한 게 없었다. 아시안게임의 야구에 관심을 갖는 나라는 한국과 타이완뿐이다. 물론 언론에서의 대접은 조금 더 받았겠지만.

농구의 경우는 사정이 더 심해서 국내 리그 도중 참가했고 이들에게 더욱 중요한 대회는 한국에서의 자기 팀 성적이지 아시안게임의 메달이 아니다.WBC에서 부상을 당한 김동주는 FA 자격이 연기되는 희생을 치렀다. 시즌 도중에 참가한 프로농구 선수가 똑같은 경우를 당하면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을까. 야구 대표팀에 자기 구단의 병역 미필 선수를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애쓴 구단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합법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그나마 자주 있는 대회도 아니다.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한 프로 종목을 두고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두운 결과라고 싸잡아 욕할 수는 없다. 어차피 프로 스포츠란 잿밥을 먹기 위해 만든 제도다. 프로 선수에게는 그 잿밥이 국내에 있다. 국내의 잿밥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그 종목의 국내 규모가 성장한 때문이고 그렇게 성장시킨 원동력은 국내 스포츠에 더 열광한 팬이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2006-1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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