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플레이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박기철의 플레이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입력 2006-11-14 00:00
수정 2006-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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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미컵에 출전한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이 타이완의 라 뉴에 지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데, 이 논리에 따르면 한국은 금년 초 WBC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끝은 안 좋고 시작만 좋았던 셈이다. 충격? 이런 제목으로 보도한 언론도 많지만 별 충격은 아니다.WBC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이겼다고 일본이나 미국보다 강하다고 주장하지 못했던 것처럼 타이완에 졌다고 해서 타이완보다 약하거나 충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

2003년 타이완은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국가대표 대결인 올림픽 예선에서 이미 한국을 이기고 올림픽에 진출했고, 우리가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에 희희낙락할 때보다 훨씬 전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나라다. 단일팀 대결이건 대표팀 대결이건 충분히 한국을 이길 실력이 있다. 최소한 타이완의 팬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스포츠 성적은 실력 순으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팬에게 기대를 품게 한다. 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 싸워 보지도 않고 우리가 실력이 강하다는 믿음을 갖는 건 논리적이지 못하다. 일본 팬이 미국에, 한국 팬은 일본에 오래전부터 국가간 우승팀 결정전 경기를 갖자고 제의해왔고,WBC나 코나미컵은 그런 욕구를 채워주고자 시작된 대회다. 메이저리그 입장에서는 국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욕심이 있어 응했을 터이지만 한국, 일본은 물론 타이완도 국제 대회에서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강하다고 느껴지는 팀을 격파함으로써 국내 리그의 인기에 도움을 받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 대회의 좋은 성적이 국내 리그의 부흥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핸드볼이나 하키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주는 효자 종목이지만, 아무도 평소 비인기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달라는 선수들의 호소에 응하지 않는다. 축구가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도, 야구가 WBC에서 일본을 두 번씩이나 이겨도 이 덕분에 관중이 늘지는 않는다. 이런 팬들을 비난만 할 건가? 또는 대회를 문제 삼을 것인가?

원래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다고 해서 팬이나 대회를 거론하면 안 된다. 국제 대회가 국내 대회에 도움은 주지 못해도 국제 대회로서의 가치만 인정받으면 된다. 삿포로 예선의 패배 덕분에 WBC의 타이완전에 대한 관심이 올라갔듯이 이번의 코나미컵 패배 덕분에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과 타이완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매일 지면 재미가 없다. 매일 이겨도 재미가 없다. 가끔씩 지는 건? 괜찮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2006-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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