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기교파(서재응)-왼손(구대성)-잠수함(정대현)-왼손(봉중근)-오른손 파워피처(박찬호).’
우완과 좌완, 정통파와 언더핸드를 절묘하게 섞은 김인식 감독-선동열 코치의 마법같은 마운드 운용이 13일 멕시코전에서 또다시 통했다.
김-선 콤비가 낙점한 선발 서재응은 ‘컨트롤아티스트’란 별명에 걸맞게 6회 1사까지 61개의 공을 던져 4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는 무결점 제구력을 뽐냈다. 특히 단 2안타 만을 허용할 만큼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공은 완벽했고, 탈삼진을 4개나 솎아내는 등 눈부신 호투를 거듭했다.3회 루이스 A 가르시아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것은 옥에 티였지만,80개 투구제한에 여유가 있었고 공끝엔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선동열 콤비는 서재응을 내리고 좌완 구대성을 올렸다. 멕시코 벤치도 뒤질세라 스위치타자를 투입했지만,‘맏형’ 구대성은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고 이후 7회 2사까지 멕시코 타선을 틀어막은 뒤 잠수함투수 정대현(SK)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변칙적인 투구폼을 가진 왼손 구대성에서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가 나서자 멕시코 타선은 속절없이 당했다. 정대현은 130㎞ 안팎의 느린 공으로 3타자를 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단 1타자만 잡으면 마무리투수가 버티고 있어 밀어붙일 법도 했지만, 한국 벤치는 좌완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물론 봉중근도 가르시아를 3루땅볼로 아웃시켰다.‘황금계투’의 마지막 바통은 김 감독-선 코치가 사전에 짠 시나리오처럼 박찬호에게 넘어갔고,2-1의 긴박했던 승부는 한국의 몫이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6-03-14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