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무연고 현대 ‘집들이’ 해법 없나

[스포츠 포커스] 무연고 현대 ‘집들이’ 해법 없나

임일영 기자
입력 2005-09-27 00:00
수정 2005-09-2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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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성년을 훌쩍 넘긴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1997년(390만여명) 이후 최다관중(25일 현재 335만여명)을 기록하는 등 중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제2의 도약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특히 4년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SK와 현대의 어색한 동거는 야구계가 풀어야 할 시급한 숙제다.

‘한지붕 두 가족’

SK와 현대의 ‘동거’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0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월 총회에서 창단팀 SK의 연고지로 수원을 배정했지만,3월 이사회에서 SK에 인천을 내주고 연고팀인 현대가 2001년 후반기 이후 서울로 옮기도록 결정했다. 첫 출발을 좀더 좋은 조건에서 원했던 SK와 ‘빅마켓’ 입성을 꿈꾸던 현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SK는 창단 가입금 180억원 가운데 30%인 54억원을 현대에 지급했고, 현대는 이 돈을 서울 터줏대감인 LG와 두산에 서울 입성 대가로 지불하기로 했다. 이후 현대는 2000년 수원구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잠시 전셋집에 머무르려던 셈. 하지만 모기업 사정이 악화되면서 현대는 54억원을 운영비로 써버린 데다 홈구장 후보인 목동구장 개보수 비용으로 150억∼200억원이 소요되자 서울 이전이 유야무야됐다.

결국 현대는 8개 구단 유일의 ‘무연고 구단’으로 전락했고,2002년부터 4년째 신인 1차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1차지명이 2명으로 늘면서 더 이상 끌 수 없게 됐다. 이대로라면 매년 2명씩 알토란 같은 유망주를 뽑아가는 7개 구단에 비해 전력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조급해진 현대는 지난 7월 KBO 이사회에서 “수원에 잔류하고 싶다. 경기 일부에 대한 지명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SK의 대답은 ‘NO’였다. 대가를 지불했고 5년간 수원구장에 대한 영업권을 포기했으며, 비로소 ‘인천야구의 적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결단,SK의 배려

SK 관계자는 “전세금 빼줬는데 집을 나눠 쓰자는 격”이라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수원구장 사용은 양해하더라도,1차지명권은 약속한 대로 LG와 두산에 돈을 내고 서울에서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해 서울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KBO 규약에도 ‘도시연고제’가 명문화된 만큼 SK의 연고지인 인천을 뺀 경기·강원의 지명권은 협상 여지가 있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현재 8개 구단 체제를 흔들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면 대안은 두 가지 정도다. 일부에선 SK의 양보를 전제로 현대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대가 SK에 납득가능한 청사진과 절반 이상의 대가를 제시하고, 일정 기간 지명권을 유보한 뒤 행사하는 것. 현재 인천·경기·강원의 고교팀은 14개(등록선수 402명)로 서울(15개교 555명)에 이어 두 번째로 자원이 풍부하다.

원안대로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진균 프로야구선수협 사무총장은 “SK가 지명권 분할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대가 당장 LG와 두산에 낼 돈이 없다면,KBO가 보증을 서고 분할납부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은 “여러 차례 중재를 시도했지만 평행선을 긋고 있다.”면서도 “더 끌면 야구판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올해 안에 결론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의 연고지 문제는 더이상 이해 당사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오랜 침체기를 끝내고 다시 뛰려는 프로야구를 살리기 위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5-09-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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