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송환을” “피해 많은 中으로”
양측 요구 달라 중앙지검서 수사‘양안(兩岸) 갈등’에 중국·대만 국적의 보이스피싱 사범들이 한국에서 무더기로 죗값을 치르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총책인 대만인 백모(36)씨와 한국인 이모(42)씨가 조직을 이끌었고, 중간 간부인 대만인 5명이 교육 및 자금 관리 등을 담당했다. 이들은 모두 대만 조폭 소속으로 대만 현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단 조직원들은 가짜 피해 사실을 알리는 ‘통신사 사칭’과 입금을 유도하는 ‘중국 공안 사칭’으로 나뉘어 교육받았다. 이들은 매달 실적 정산 후 곧바로 장부를 폐기하는 등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정산이 끝나지 않아 남아 있던 5억원어치의 한 달 장부와 녹음 파일만 가지고 수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해외에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를 해당 국가에 넘기지 않고, 우리 검찰이 직접 수사한 까닭은 중국과 대만 간 외교 갈등 때문이었다. 중국 공안 측에선 중국인 외에 대만인들까지 자국으로 인도해 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대만 측은 자국민이 중국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해 지속적으로 국내 수사팀과 접촉하며 수사 상황을 주시해 왔다. 중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외교적 갈등이 예고되는 상황이라 검찰은 국내 수사를 선택했다.
지난해 말 58명을 한꺼번에 송치받은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통역가 16명과 함께 형사3부 산하 8개 검사실이 모두 투입돼 신문 내용을 통역하고 증거로 압수한 휴대전화 150대에서 나온 녹음 파일들도 일일이 번역했다. 또 중국 공안의 협조로 현지 피해자 진술을 전달받았다. 검찰이 밝혀낸 피해자는 최소 200여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진술서는 8500만원 상당의 피해자 6명분뿐이었다. 검찰은 구속 시한에 맞춰 전원 구속 기소했지만, 피해자 진술이 추가 접수되는 대로 공소장을 변경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58명과 담당 교도관들이 한꺼번에 법정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원활한 재판을 위해 수사를 도운 통역가도 모두 법원에 연결시켜 줬다”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8-01-18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