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망 직전 이혼해 50억대 재산분할…대법 “적법하다”

남편 사망 직전 이혼해 50억대 재산분할…대법 “적법하다”

장은석 기자
입력 2017-09-28 14:04
수정 2017-09-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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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숨지기 직전에 이혼을 하고 50억원대 재산을 분할 받은 여성에게 세무당국이 ‘위장 이혼’이라며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했지만 법원이 ‘부당한 세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세무당국은 전 부인이 낳은 자녀들과의 상속 분쟁을 피하려고 위장 이혼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28일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김모씨가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윈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1982년 5명의 자녀를 둔 이모씨와 결혼하고 30년간 혼인생활을 했다. 2011년 3월 위암으로 투병 중인 남편 이씨의 상태가 위독해지자 김씨가 그해 5월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냈고, 현금 10억원과 액면가 40억원의 약속어음 채권을 분할해 준다는 조건으로 이혼조정이 성립됐다.

그런데 김씨는 이혼 후에도 그해 12월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동거하면서 병시중을 들었다. 김씨는 이듬해 2월 서울가정법원에 사실혼관계존부확인청구소송을 내 사실혼관계를 인정받아 이를 근거로 유족연금을 청구해 수령했다.

세무당국이 2013년 김씨 부부의 이혼은 가장이혼이고 재산분할도 사실상 증여에 해당한다며 증여세 36억 7918만원을 부과하자, 김씨가 조세심판을 거쳐 법원에 소송을 냈다.

1, 2심은 “법률상 이혼이라는 외형만 갖춘 가장이혼에 해당하므로 재산분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분할액에 세금을 부과한 처분은 적법하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세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속재산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부부가 미리 의견을 맞춰 남편의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이혼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가장이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이 상당(타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상당한(타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과세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단 부부가 적법하게 이혼한 이상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법에 따른 재산분할이 이뤄진 것으로 인정하되, 재산분할의 규모가 일반적인 통념상 타당하거나 알맞다고 여겨지는 수준을 벗어난 경우 그 부분 만큼만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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